좋은 사람

아이와 아이 아빠

by 세만월

아이는 삼일에 한 번

그림일기를 쓴다.

물론 핸드폰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내가 내건 조건이었다.

작년에 얘기가 된 것인데

아직 핸드폰을 사주진 않고 있다.


아이는 아빠 얘기를 집에서 잘 안 꺼낸다.

특히 할머니 앞에서는.

아이는 다 안다.

할머니가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 앞에서 전남편 얘기 부정적으로 하지 말라 해도

자기 딸 힘들게 했다 생각하는 엄마로서는

아무리 손자 앞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인듯싶다.


그래서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얘기한다.

○○야, 할머니는 엄마의 엄마잖아.

엄마를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야. 속상해서.

우리가 이해하자.


예전에 엄마가 아빠 엄청 좋아했었어.

정말? 거짓말.

진짜야. 그래서 너 가졌을 때 진짜 기뻤어.

아빠 닮은 딸은 상상이 안 됐거든.

아빠가 덩치가 크잖아.


그러자 아이는 웃으며 되물었다.


정말?

어, 정말.


네가 좋으면 돼.

엄마한테는 편하게 얘기해.


면접교섭권을 사용하는 격주가 아닌 때에도

아이 아빠는 주에 한두 번은

아이를 조용히 학교 앞에서 만나고 간다.


처음엔 몰랐다.

아이 학원에 있다가,

아이 학교 앞에서 순찰 돌다가,

아이가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을 우연히 몇 번 보게 됐다.


조용히 자리를 피해 줬다.

그때 아이가 나를 보았다.


○○야, 아빠가 와서 만난 날은

엄마한테는 말해 줘.

다른 이유는 아니고

○○에게 일이 생겼을 때

엄마가 알고 있어야 하니깐, 알았지?

응.


아빠가 하교 시간에 교실 앞에 있으면 좋아,

불편하진 않아?

응. 좋아.

그래, 그럼 됐어.


그럼에도 아이는 아빠와 만난 날

내게 얘기하지 않았다.

학원 선생님에게 들어 알았다.

아이에게 묻지 않았다.


며칠 전 아이 학교 앞 문구점에서

아이와 같이 먹을 것을 사러 갔다.

그런데 아이가 물었다.


엄마, 아빠 오면,

저거 사달라 해도 돼?

수요일에 와.


아이의 말이 반가웠다.


응, 아빠한테 사달라 해.


며칠 지나 어머니는 아이 앞에서 내게 말했다.

아이 아빠 얘기였다.


오늘 와서 ○○한테 장난감 사줬나봐.

아, ○○가 아까 나한테 얘기했어요.

아, 그래.

네.


별일 아니란 듯 넘겼다.


그날 아이는 그림일기에

아빠가 장난감을 사줘 좋았다고 썼다.

내가 매번 철자 띄어쓰기를 확인하는 걸 아는데도,

할머니가 아직 주방에 계신데도,

아이는 읽었다.


반가웠다.

아이에게 아빠는 좋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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