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횡재였던 요가 수업

출국 전날 요가는 쫄깃함 그 자체랄까

by Wendy An

비엔나로 향하기 하루 전.

쫄깃한 마음과 두근대는 설렘이 교차하는 날이다.

다행히 어제부로 바쁜 일을 마칠 수 있었던 터라 오늘도 휴가를 내어 여유만만 떠나기 전날의 여러 가지를 소소하게 즐겼다. 이를테면, 늦잠과 느긋한 짐싸기와 여유로운 커피 타임과 예상밖의 득템의 쇼핑까지.


주로 월, 수, 금요일 주3일 웬만하면 요가를 가기 위해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채비해두는 편이다.

매 주 그 채비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면 (힘들고 또 힘든 후에) 매우 기쁘지만, 아니 가면 아쉽다.

여전히 요가를 논할 주제는 되지 않는 이제 6개월 채워가는 요가 비기너이지만 미세한 변화를 여러 모로 감지하고 있는 요즈음 요가와 더 친밀해지고 싶단 바람도 생겨났다.


평소의 금요일이라면 가지 못했을 7시 수업에 최초로 향해보았다.

그런데 웬 걸? 수강생은 오직 나 하나. 선생님도 나도 함께 잠시 몇 초간 동공이 살짝 흔들리는 당황을...

당연히 수개월 간 다녔으니 안면은 있고 미소띤 인사도 자주 주고 받았지만 아직 우린 갈 길이 먼 어색함을 지닌 사이라고나 할까. 것도 그렇지만 단 둘이 하는 수업을 참석해본 적이 없으니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본래는 다른 수업인데 우리 단 둘이고 금요일이기도 하니 편안한 '테라피' 수업을 하자고 제안하셨다.

함께 몸을 푸는 준비 운동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하고 본격 수업에 들어갔는데, 선생님은 한 동작 한 동작 세밀하게 봐주셨고, 잘 되지 않는 동작들은 직접 내 팔과 다리와 골반과 허리와 자세를 점검해주셨다. 말뿐이 아닌 몸으로 직접 점검해주시고 잡아주시는 시간을 가져보니 지금까지 잘못해왔던 동작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게 바로 가장 큰 수확이었다. 선물 같았던 시간이었다랄까.


여럿이 수업을 함께 들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잘못된 자세와 동작을 알게되니 머리속에 더 깊이 각인시켜놓고 싶었고, 그 욕심? 바람?은 자연스레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땀이 비오듯이 흘러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1:1 요가 과외는 없으리란 생각과 감사가 솟아나니 없던 기운도 함께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여전히 요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10분 준비운동과 10분 마무리 휴식 사이의 40여분의 쉼 없는 정주행이 갈수록 참 좋아진다. 무념무상을 이렇게 길게 유지할 수 있는 순간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 싶고, 스트레스가 많은 날일수록 요가로 향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몸에 오롯이 집중해볼 수 있는 그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내 정신은 내 몸과 더욱 가까워진다. 마치 연인 사이가 시간과 성숙이 농익어갈수록 더 가까워지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만 같은 그런 가까워짐말이다. 더 가까워지고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요가 없는 한 주간의 비엔나 살이는 어떨까.

찌뿌둥할까, 그리워질까. 아마도 요가를 떠올릴 겨를이 없겠지마는 스트레칭이라도 꼭 하는 날들을 보내보리라. 여러 방황과 실패(?)를 수 년간 거쳐 드디어 정착한(게 맞을까...) 요가라는 운동. 짝사랑에서 끝나지 않기를, 그리고 더 깊이 빠져들게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런데 아직은 요가보다 여행이 더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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