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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Sep 14. 2018

PLAY+ FUND, ‘놀이'에 투자한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 놀이 (Play)

씨프로그램에 입사한 후 약 4년 동안 ‘아이들의 놀이'라는 키워드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많은 공간을 다녀보고, 다양한 포럼과 행사에도 참석해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에 대해 정의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Play Fund 매니저입니다.”라고 소개할 때 많은 분들의 당황한 표정을 마주하는 건 이제 익숙한 일입니다.


‘놀이'란 모호하지만 모두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그것, 굳이 논의하지 않아도 그 필요성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밥이고, 삶이고, 전부이다.”라고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나 Playfund의 매니저로서 첫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놀이'에 대해 정의하는 일을 피해 갈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놀이'란 정의하기 어렵고, 정의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야 할 일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이' 아이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스스로 결정하고생각하고행동하게 하는 다양한 경험이라고 정의합니다. ‘재미(Fun)’를 ‘놀이(Play)’와 동등하게, 혹은 놀이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요소로 뽑기도 하지만 ‘재미'는 ‘놀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바닥놀이프로젝트(2015),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행동을 찾아내는 놀이의 ‘심각했던’ 순간

탐험하고, 상상하고 , 만드는 경험에 주목합니다.


Play Fund에서는 아이들 일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장(場)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에 투자해왔습니다. 다양한 경험 중에서는 3개의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탐험하고(Explore), 상상하고(Imagine), 만들어내는(창작하는, Create)”경험입니다. 박물관에 밤새 머물며 어두운 전시관 곳곳을 탐험합니다. 매미 소리가 한창인 여름날 낮과 밤 숲 속에 머물며 생태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박물관에서의 하룻밤, 지구사랑탐사대 여름캠프, Explore).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 지옥과 천당을 만들어 지옥을 탈출해보는 상상을 하고(Reimagine Playground_ 중랑구 놀이터 개선 프로젝트, Imagine) 현대미술작품 속 이야기를 만나 나답게 작품을 해석해보고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 (2016) 몬스터 호야를 바라보며, 호야를 옆에 두고 호야가 되어 볼까.

또 나름의 작품을 옥상에 펼쳐진 제 키 보다 큰 캔버스에 그려보기도 합니다.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 Imagine & Create) 다양한 재료들과 도구를 가지고 마음껏 만들어보는 작업을 매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작업실 이문 238, Create).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놀이의 기회를 찾고지속하는 일에 투자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에 투자하면서 깨달은 점은 (수없이 많지만….)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런 기회가 아이들에게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박물관에서의 하룻밤’은 신청 링크를 오픈한 지 단 몇 초만에 매진이 됩니다. 온라인 신청이 빠른 가족들만 올 수 있는가 싶어 사연 신청을 열어두었는데, 모든 사연이 주옥같아 그 사연들만 모아 팟캐스트를 해도 흥행할 것 같습니다. 박물관에서 1박 2일 시간을 보내려고 신청한 사연 치고는 너무 훌륭한 것이죠. 동네미술관으로 문을 연 헬로우뮤지움에도 여전히 멀리서 찾아오는 관객의 비중이 70%가 넘습니다. 어린이작업실과 같은 공간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의는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일단 이런 기회를 지속할 수 있게 발굴하고 투자하는 일이 저희 일이지만 문득,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좌절을 겪기도 한답니다.


두 번째는 ‘기회 있어도 지속적으로 제공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라고 하면 ‘이벤트'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벤트도 좋습니다. 아이들에겐 늘 새로운 자극들이 활력소가 되니까요. 다만 좋은 기회는 몇몇의 아이들이 아닌 더 많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또 이미 경험한 아이들도 그 경험을 기반으로 주어진 경험에서 스스로의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게 일상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날 즈음이 되면 지자체에서도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저 역시 그런 행사에 참여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한편으론 같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서, 아이들이 매일 갈 수 있는 놀이터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일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회성, 단발성의 놀이보다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경험이 쌓이는 놀이환경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좋은 기회를 더 많은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으려면, 자원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쌓아가며 일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간 자체가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결국 인건비와 임대료 (혹은 공간 자원)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도 그렇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아이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재무구조를 만드는 일은 더욱 힘든 일입니다. 내부의 운영 역량이 확보되어야 하고 외부의 안정적인 자원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Play Fund에서는 탐험하고,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다양한 경험에
주목하여 놀이의 기회를 발굴하고, 기회가 늘어나도록 알립니다.
이런 기회를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놀이 환경을 만드는데 투자하며,
안정적인 운영 구조를 가진 모델을 구축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좋은 모델을 많은 후원자, 투자자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Playbuilder


‘Play’라는 모호한 개념을 정의하고, 필요한 일에 대한 Fact를 모으고 언어를 구축하는 일, 일상의 놀이 기회를 만드는 공간을 만들고 확산하는 일, 이런 공간을 유지하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일 등 Play Fund에서는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만들고,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Play Fund 매니저로서 ‘Playbuilder’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들고 짓고 올리고 구축하는 그런 사람!


‘ Play’와 관련된 일을 하는 데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재미있을 줄만 알았다고요ㅠ).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명확한 출발점’을 정의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할수록, 모든 사람이 같은 출발점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기반을 잘 다지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출발점’을 인지하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해야 할 일’을 계속 다져나가고, 쌓아가기 위해 글을 씁니다.


Play Fund 글, 어떠셨나요?


매주 목요일! 서울숲놀이터북서울 꿈의숲서대문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지난 4년간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공 공간과 놀이 환경에 투자해 온 C Program이 엄선한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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