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킷(Toolkit) 이 아이들을 도구에 갇히게 하는 건 아닐까?”
바닥놀이 프로젝트(Playing Ground Project)는 놀공과 씨프로그램이 2015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의 숨은 공간을 찾고, 친구들과 같이 만든 놀이의 놀이 바닥을 그 공간에 붙여 바닥 놀이터를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Play Fund가 느낀 여러 가지 생각들을 공유합니다.
바닥놀이 프로젝트는 1) 학교 안 빈 공간에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생기면 어떨까? 2) 놀이와 놀이터를 직접 만드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의 질문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놀이 만드는 전문가’이자 퍼실리테이터인 놀공의 멤버들이 바닥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진행하였습니다. 평소 학교 안에서 노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아이들은 그 시간을 재미있는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학교 공간’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주어지고 ‘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나니,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스스로 이 시간을 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가이드 기반으로 어른이 진행하는 속도에 맞추기보다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시간을 가고 있었어요. 또 더 많은 아이들이 경험하게 되려면 퍼실리테이터가 있는 것보다 스스로 하게 되는 형태가 맞는 모습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고심 끝에 놀공과 함께 기획하게 된 것이 바닥놀이 꾸러미(툴킷)이었습니다. 선생님을 위한 꾸러미에는 그 시간을 어떻게 이끌어주시면 되는지, 아이들을 의한 것에는 과정에 대한 설명과 팁들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툴킷을 만들고 나니,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놀이를 만들어 보게 하기 위한 가이드인 꾸러미가 오히려 아이들의 자율성을 해치진 않을까? 놀이를 만드는 과정에 너무 많이 개입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바닥놀이 꾸러미(툴킷)를 가지고 진행되는 교실을 방문하여 직접 관찰해보기도 하고 선생님들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닥놀이 꾸러미(툴킷)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바닥놀이 꾸러미에는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종료의 바닥놀이판 샘플이 들어있습니다. 사각형의 조합, 원 등으로 몇 개의 참고할 수 있는 바닥의 예시를 넣어둔 것이지요. 용인 서천초등학교 5학년 3반 교실을 관찰할 때였습니다. 아이들은 몇 가지의 바닥 예시들을 쓱 보더니, 그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바닥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 장면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랫동안 효율적으로 사고하는데 익숙한 어른들은 결국 놀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시들을 쉽지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한참을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이야기하더니, 전혀 다른 놀이 바닥을 만들어 냈어요.
꾸러미가 주는 정보는 그것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신나는 놀이 바닥을 생각해낼 수 있는 시작점이요.
바닥놀이 꾸러미(툴킷)는 놀이문화를 만들어내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놀이 문화’를 ‘구축’ 해 나가는 것은 너무 거창한 일입니다. Play Fund 매니저인 저에게도 정말 어려운 일이죠. (흑흑) 그런데 학교 안에서 ‘놀이’에 대해 계속 회자되고 아이들이 학교 곳곳에 내가 만든 놀이에 대해 말하고, 그 놀이를 친구들과 함께하고 그런 시간들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놀이 문화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선생님들과 다 모인 자리에서 파트너이신 놀공의 피터 공이 한 말이 있어요.
아이들 스스로 놀기 시작하는 것이 곧 문화인데 문화를 강요하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선에서 확장은 무엇일까요? 툴킷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다른 반, 다른 선생님에게 전파되는 것이
문화가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선생님 중 한 분이 바닥놀이해보니 좋아서 친구 선생님께 툴킷을 빌려주고, 설명도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주신 말씀입니다. 툴킷은 자연스럽게 ‘놀이 문화’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닥놀이 꾸러미(툴킷)를 보지도 않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되기까지!
“3번째 했던 친구들은 툴킷을 보지 않고도 잘 만들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자유롭게 시간과 준비물의 제약 없이 해보고 싶어요”
작년 4학년을 맡아 1학기 한번 2학기 한번 진행하시고, 올해 5학년을 맡아 또 한 번 같은 아이들과 바닥놀이를 하신 송한별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아이들이 툴킷을 통해 여러 번 프로세스를 익히고 나니 어느새 안 보고도 놀이를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툴킷을 통해 프로세스를 반복적으로 경험을 하였고 결국 체득되어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체득한 아이들은 계획된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놀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겠지요!
바닥놀이 꾸러미(툴킷) 자체를 다르게 활용하기 시작한다..?!
바닥놀이 프로젝트 초기부터 사동초등학교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바닥놀이를 해오신 사성진 선생님, 바닥놀이 동아리를 운영하시면서 학교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계십니다. 사성진 선생님께 다음 단계에서 하고 싶은 것을 여쭤보았습니다.
"원래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가지고 놀이를 만들지만, 기본 놀이 바닥을 활용해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놀이에서 이야기로 가는 과정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툴킷은 그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밟아보는 도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언가를 할 때에도 활용될 것 같습니다. 학교 장면에서 놀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쪼개지거나 혹은 치환되어 다른 장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 결국 ‘놀이’라는 주제를 가진 툴킷이 확장되어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학교 생활 곳곳에 ‘놀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정리해보면 바닥놀이 꾸러미(툴킷)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만드는 과정 중에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고, 프로세스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그 프로세스를 실행할 수 있게 하고, 결국에는 툴킷 자체를 다른 학교 장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이 다각도로 피드백 주시고 놀공이 공들여 만들어주신 덕분이겠지요?(꾸우벅!)
바닥놀이 꾸러미를 통해서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놀이터로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바닥놀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스토리들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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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놀이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는 놀공은?
놀공 발전소는 ‘놀듯이 일하고 놀듯이 공부하고, 놀이와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는 회사,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서 아직 이름 지어지지 않은 새로운 교육과 문화의 경험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매주 목요일! 서울숲놀이터, 북서울 꿈의숲, 서대문자연사박물관 1박 2일 캠프 등 아이와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이나 읽어보면 좋을 흥미로운 콘텐츠가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찾아갑니다.
지난 4년간 어린이를 위한 열린 공공 공간과 놀이 환경에 투자해 온 C Program이 엄선한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