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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소영 May 28. 2021

합리적인 척추뼈의 구조 이해

척추뼈 기본 구조 이해를 위한 소설

해부학 공부할 때 종종 하는 생각은

'내가 이 부분을 만든다고 하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그러면 좀 더 합리적으로 구조가 이해가 된다.


요즘 그리고 있는 척추뼈에 대한 얘길 해볼까 한다.

우선 척추뼈로 형성된 기둥인 척주를 생각해보자.


사람은 서 있어야 하니까 세로로 긴 기둥이 필요한데,

이 기둥은 회전도 해야 하고, 구부릴 수도 있어야 하고 뇌에서 나온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 역할도 해야한다.


통로라고 하니 긴 호스가 떠오른다. 긴 호스처럼 형태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유연한 운동을 해야하는 걸 감안하면 연골(cartilage)로 척주 기둥을 만드는 건 어떨까?


하지만 척주에는 의지하는 식구가 많다.

머리만 생각해도 무거운데 갈비뼈도 지지해야 하니 고무 같은 재질은 어렵겠다.

그리고 안이 빈 원통으로 만든다면 단단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단단한 재질로 하고, 통로를 따로 만드는 게 나을 거 같다. 통로는 차치하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내강이 없고 단단한 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움직임이 어려울테니

하나의 원통이 아닌 여러 뼈들 조합으로 쌓는 게 좋겠다. 이 뼈들은 세로로 세운 형태도 유지 가능하게끔 해야 하고, 유연한 움직임에도 지장이 없어야 한다.


세로로 형태 유지가 가능하려면 우선 레고를 상상해볼 수 있다. 비슷한 크기의 레고 블럭을 세로로 조립한다면 꽤나 견고한 기둥 형태가 될 테니까. 조합 부분도 있고.(돌기 부분)

하지만 이 조합 때문에 움직임이 어렵다. 그렇다면 일단 접합 부분을 없애고 브릭 간 간격을 띄워보자.


저 한 블럭 블럭을 body라 한다.


그리고 뼈들 간 간격을 띄우고 그 공간에 쿠션 역할을 하는 유연한 구조물을 넣으면 좀 더 움직임이 유연해지지 않을까?


폭신폭신

새로 추가한 폭신폭신이 disc다.



음 좀 유연해졌다.


그런데 이쯤되면 아까 잊었던 신경 통로가 생각난다.

그런데 뼈 가운데를 뚫으면 뼈가 외부 충격에 약해질테니까 추가로 통로를 하나 만든다.

굳.


저 구멍 사이로 뇌에서 나온 신경이 지나간다. 저 구멍을 vertebral foramen이라고 한다.


이렇게.


주황색이 신경(정확히는 척수)인데 대충 저렇게 들어간다고 그린 거다. 원래는 더 두껍고 저렇게 허접하게 생기지도 않았다.



어쨌든.

하지만 이렇게만 있으면 가로로 오는 충격에 너무 치명적이다.

수평으로 공격이 들어오면 바로 엇나간다. 그래서 이쯤되면 잊고 있던 고정 장치를 생각해보자.

레고 블럭처럼 고정이 되면 좋겠는데 움직임은 가능해야 하니까 넓지 않은 면적으로,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고정 구조물이 있으면 좋겠다. 마치 테트리스에서 나오는 이 블럭처럼.

그런데 body에는 disc가 있으니까 신경 지나는 통로 쪽에다가 구조물을 설치를 해본다.

이렇게


잘 안 보일까봐 추가하자면

이렇게.



물론 저 위 아래로 튀어나온 구조물들 간에도 연골이 존재해야 하지만 만들기 귀찮으니까 걍 있다고 치자.

이렇게 위아래로 튀어나온 부분을 superior/inferior articular process라 한다.

이러면 허리를 앞으로 휘어도, 뒤로 휘어도 괜찮다. 만약 레고 블럭의 돌기처럼 원통형으로 끼우는 식이었으면 움직임이 어려웠을 거다.


여기에 추가로 근육들이 달라붙거나 갈비가 붙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배에 있는 돛대 같은 걸 만들어서 근육이 달라붙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가로로 튀어나왔으니까 transverse process. 가로돌기




그리고 뒤에 꼬리처럼

하나 더 빼주는데 이걸 spinous process, 한국어로는 가시돌기라고 한다.


이렇게 척추뼈들은

body 가 있고,

superior / inferior process가 있고

transverse / spinous process로 구성되어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척추뼈 아나토미를 보면 이해와 암기가 쉬워진다.



추가로

cervical / thoracic / lumbar 에 따라서도 조금씩 구조물이 다른데

dl건 후속으로 얘기해보겠다.

(그나저나 cervical / thoracic / lumbar 작명은 참.. 어미가 달라서 그런지 각자 딴 세상 살고 있는 뼈들처럼 보인다. cervical은 형용사 같고, thoracic은 관형사 같고, lumbar는 춤 이름 같다..)



그림도 그릴 때 보면 손으로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려는 대상을 정확히 보는 게 중요하다.

정확히 보려면 초반에는 대상을 형태적으로 단순화하거나 도형화해서 인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단순화 input이 가능해지면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체계가 잘 잡히고 정확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이론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단순한 구조를 먼저 잡고 세부 구조를 잡으면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 본다. 해부학 공부라는 게 암기가 절대적이라 보는데, 암기에 치이다 보면(+시험 스케줄에 맞추다 보면) 체계를 잡기 전에 일단 암기부터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사실 일단 암기부터 하고 가만 회상해보면 후에 체계가 잡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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