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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규 May 20. 2024

시흥의 맏딸, 영등포

경인선의 출발점으로서 개발되어, 서울의 일부분이 되다

1914년, 시흥, 과천, 안산이 통합되기 전, 시흥의 북부에 치우쳐 있던 영등포는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선의 개통과 함께 가장 먼저 발전되기 시작하였다. 1899년 개통 당시에는 시흥을 그저 지나가기만 할 뿐이었지만, 1900년 서울-인천 전구간 개통과 함께 영등포역이 신설되면서 드디어 시흥에도 근대 문명의 총아, 철도역이 들어서게 되었다. 1905년,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의 시발역이 영등포역이 되면서 영등포역은 근대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경부선 개통식, 가토 마사노스케, 《한국경영》 (1905)에서

비록 1908년에는 경부선에도 시흥군청 근처에 시흥역(지금의 금천구청역)이 들어서게 되지만, 본디 지금의 금천구 시흥동에 있던 시흥군청은 영등포의 발전에 발맞추어 1910년 영등포로 옮겨지게 된다. 이렇게 시흥의 중심이 시흥동에서 영등포로 옮겨진 이후에야 시흥·과천·안산이 합쳐졌기에, 이 시흥군의 중심지 역시 영등포였다. 이렇게 커진 영등포는 1917년 시흥군 북면에서 독립돼 영등포면이 되었다.

경성방직주식회사. 서울역사아카이브(H-TRNS-98060-889)에서.

시흥에서 가장 발전하고 있던 영등포지만, 한때 영등포 하면 생각나는 산업의 중심지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최초로 영등포에 들어선 큰 공장은 1911년 당산리의 조선피혁이었고, 이조차도 사주가 아닌 조선 총독의 강한 의지가 들어간 결과였다. 1919년에는 철도 차량을 제작하는 용산공작소 영등포공작창이 세워졌고, 1923년에는 영등포역 근처에 경성방직주식공사가 들어섰다. 이와 같이 큰 공장 셋이 들어섰으나 아직 공업단지라고 하기에는 미약했다.

소화기린맥주 영등포공장의 전경. 서울역사아카이브(H-TRNS-103104-800)에서.

영등포는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공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31년에 영등포면이 읍으로 승격한 것이고, 둘째는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서도 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눈을 돌리면서 영등포가 새 공업단지로 지목된 것이었다. 영등포는 경부선과 경인선이 지나 교통이 편리하고, 한강이 가까워 물이 풍부하고, 땅값이 싸 일본의 독점자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선두를 다투는 두 맥주회사, 대일본맥주(1949년 삿포로맥주와 아사히맥주로 분할)와 기린맥주가 앞다투어 1934년에 영등포역 뒤편에 공장들을 세웠다.

이렇게 영등포의 발전과 함께 근대 대도시로 탈바꿈해가는 시흥 앞에, 새로운 시대의 변화가 다가온다.

1920년대부터 경성부, 그러니까 일제 치하의 서울이 발전해 나가면서, 일제는 경성부를 더욱 키울 구상을 착착 해나가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을 발표했는데, 이는 경성 외곽을 신시가지로 개발하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으로, 경성부 주변 지역에 대한 편입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고양, 그리고 시흥은 군의 중심 지역을 경성에 내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 시흥의 중심지는 바로 영등포였다.

영등포는 당시 조선 제일의 공업지대로, 굳이 서울에 편입되지 않아도 자족적인 대도시로 성장할 여력이 있었다. 더구나 시흥에서 경성으로 영등포가 옮겨가면 정치적 발언권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영등포의 일본인 유지들이 경성 편입에 반대하는 한 원인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조선인 유지들은 경성 편입에 영등포의 정치적 입지 보장 등을 내세운 조건부 찬성이었던 반면, 일본인 유지들은 아예 경성부에 대항해 영등포를 부로 승격시키자는 더 강경한 반대였던 것이다.

이런 영등포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이미 발전하고 있는 영등포의 공업단지를 경성부로 편입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영등포의 경성 편입을 단행했다. 이리하여 영등포는 원치 않게, 시흥의 큰딸로 떨어져 나오게 되었다. 그럼에도 시흥군청은 영등포에 남아 있었고, 1947년 독립 이후에야 안양으로 이사가게 된다. 

1936년, 시흥에서 분리되어 경성으로 편입된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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