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쓰고 더 모으는 방법 5가지
독립 후, 홀로 자취를 시작하면서 돈이 가장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자취하면 월세도 내야하고, 가스비와 전기세도 내야하고, 혼자 살면서 식비와 이런 저런 생활비도 지출해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님과 함께 산다면 쓰지 않았을 돈이다.
하지만 돈이 걱정되어 독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돈마저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출해야 하는 돈은 어쩔 수 없지만, 지출하지 않을 돈은 덜 쓸 수 있고, 월급을 제외하고 모을 수 있는 돈이라면 조금이라도 모으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자취생활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덜 쓰고 더 모았던 방법 5가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만보기 어플 켜놓기
만보기 어플은 굳이 자취를 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기본으로 설치해놓고 쓰는 어플이다. 내 건강을 챙기면서 포인트를 쌓을 수 있고, 그 포인트를 가지고 식당, 카페, 편의점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티클 모아 태산이기에 굳이 안할 이유가 없는 어플이다.
나 같은 경우, 자취방을 회사 근처로 잡았다. 그 말인즉,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내 차는 늘 회사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고, 나는 10분 정도 떨어진 회사와 자취방을 걸어 다니며 출퇴근했다.
내 사무실은 회사 건물 3층이다. 업무를 보다보면 1층과 3층을 왔다 갔다 할 일이 많다. 회사에 엄연히 승강기가 있지만, 만보기 어플을 설치한 이후로는 웬만해서는 1층과 3층을 걸어서 오르내렸다. 이 역시 내 걸음 수가 만보기에 체크 된다고 인식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은 다음, 잠시 쉬었다가 걷기 운동을 나가곤 했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만큼 내 건강은 내가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걷기 운동이다.
하루 종일 이렇게 걸어 다니면 만보는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다. 그렇게 쌓인 포인트로 커피도 사 먹고, 입맛 없을 때는 햄버거도 사먹곤 했다. 어떤 어플로는 현금 환급도 가능했다. 이런 식으로 어플을 3개 정도를 돌리고 있다.
2. 지역화폐 쓰기
정권에 따라 지역화폐를 바라보는 인식은 상극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안 쓸 이유가 없는 게 바로 지역화폐다. 내가 돈을 쓰면 일정 퍼센트만큼 환급된다. 포인트가 아니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돈으로 환급되니 나중에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환급된 돈을 결제할 때마다 차감되게 할 수도 있고, 꾸준히 모았다가 필요할 때 한 번에 쓸 수도 있다.
그러니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동네 식당을 이용할 때면 무조건 지역화폐를 사용하였다. 다들 처음에는 그 얼마 환급받으려고 귀찮게 카드 만들어 결제 하냐고 하는데, 한 달만 잘 써보면 그동안 왜 안 썼는지 다들 후회한다.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면 지역화폐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환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정권에 따라 지역화폐를 바라보는 인식이 다르니, 서민의 삶을 잘 대변하는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그만큼 투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3. 중고거래하기
자취를 새롭게 시작하면 원룸이든 투룸이든 처음에는 방 자체가 훵 하다. 혼자 살기에는 방이 좀 큰 것 같고, 앞으로 이 넓은 방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도 고민된다.
그런데 자취생활 딱 1년만 지나면 그런 내 생각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깨닫는다. 언제 샀는지도 모를 온갖 잡다한 물건이 내 방을 가득 채운다. 언제부터 내 집에 있었는지도 모를 물건에는 조금씩 먼지가 쌓이기 시작하고, 기존 물건에 질려버린 나는 다른 새로운 물건을 사버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그럴 때는 가끔씩 짐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집안의 짐을 줄여야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불필요한 물건을 어렵지 않게 거래할 수 있다. 물론 큰돈은 아니겠지만, 몇 천 원씩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고, 무엇보다 집안을 정리할 수 있기에 일석이조다.
4. 폐지 모으기
‘아니,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취를 시작하면서 내게는 한 푼 한 푼이 소중했기에 폐지까지 모아본 것이다. 일단 자취를 하면 택배를 많이 주문할 수밖에 없다. 택배가 올 때마다 종이상자를 버리기 귀찮으니, 조금씩 모았다가 한 번에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다보니 폐지를 모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책 서평단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은 다음, 그 책을 읽고 내 블로그와 인터넷 서점에 서평을 작성해서 올리는 일이다. 이때 출판사에서 보내는 책 포장 역시 대부분 종이상자다. 그러니 그렇게 모이는 폐지도 은근 적지 않다.
폐지를 팔아보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폐지 역시 휘발유 값이나 금 값처럼 변동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폐지 시세까지 체크해가며 폐지를 파는 건 아니다. 그냥 어느 정도 폐지가 쌓여 집안이 지저분해지면 그때그때 폐지를 팔고 있다.
5. 헌혈하기
자취하면서 돈 모으려고 헌혈을 한다는 게 살짝 부끄럽기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쏠쏠한 게 바로 헌혈이다.
물론 애초에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 헌혈은 아니다. 뭔가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고, 기부를 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떠오른 것이 헌혈이다. 그리하여 꾸준히 헌혈을 실천하고 있다.
일단 헌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덩달아 헌혈을 하면 혈액 검사도 함께 진행된다. 그러면 B형간염 바이러스 항원,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매독 항체, 비예기항체 등의 음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남을 위해 내 피를 뽑으면서, 내 건강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혈액수급이 비상사태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마침 내 혈액형이 O형이기에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헌혈에 동참했다.
내가 헌혈한다고 그러면 주변에서 요즘도 영화관람권 주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당연히 준다. 영화티켓 가격은 날이 갈수록 점점 오르고 있는데, 여전히 헌혈의 대가로 영화관람권을 준다. 당연히 영화관람권 대신 햄버거 교환권을 받을 수도 있고, 편의점 교환권도 받을 수 있고, 여행용세트도 받을 수 있다. 내 경험상 영화관람권이 가성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