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셔널 데드리프트로 등 운동하면서
헬스장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봅니다. 더운 날씨에도 땀을 흘리러 오신 분들로 가득합니다. 각자 운동기구를 하나씩 맡아 열심히 운동 중이십니다. 스트레칭을 하며 자리 비는 곳이 있을까 흠칫흠칫 곁눈질을 하지만,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습니다.
보통 이럴 때 제 선택은 맨몸 스쿼트를 하든가 아니면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합니다. 맨몸 스쿼트는 말할 것도 없고, 데드리프트는 바벨과 원판, 제가 잠시 서있을 공간만 있으면 됩니다. 마땅히 사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없을 때, 혼자 구석에서 할 수 있는 괜찮은 운동입니다.
마침 어제 하체 운동을 했으니 오늘은 등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흔히 데드리프트를 등 운동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해보면 해볼수록 전신 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기운이 펄펄할 때, 첫 운동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무엇보다 “Conventional” 우리말로 “전통적인” 데드리프트라는 말이 꽤나 멋스러워 마음에 듭니다.
바벨에 원판을 끼우고, 바닥에 있는 바벨을 들어 올립니다.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는 내가 예상하는 그 이상의 고중량을 다룰 수 있는 운동입니다. 올바른 자세로 들어 올리면 말이죠. 혹여 가벼운 무게라 할지라도 잘못된 자세로 들어 올리면 허리를 다칠 수 있으니,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해서 해야 하는 운동입니다.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최근에 땅에 떨어진 그 무언가를 들어 올려본 적이 있나?’ 밥 먹다가 실수로 떨어트린 젓가락을 주울 때? 테니스 치다가 코트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을 주울 때? 요즘에는 다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으니 땅에 떨어진 돈을 주워본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참고로 척추의 신 정성근 교수님께서는 척추 건강을 위해서라도 100만 원 이하는 줍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번뜩 떠올랐습니다. 문 앞에 놓인 택배를 들어 올릴 때. 그때는 척추 건강이고 나발이고 기쁘고 설렌 마음으로 빠르게 허리를 숙여 택배를 들어 올립니다. 이때 택배의 무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택배든 가볍게 들어 올립니다.
내 입장에서는 오늘 배송된 택배를 한 번만 들어 올린 거지만, 택배기사님께서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씩 택배를 들었다 내렸다 들었다가 내렸다를 반복하십니다. 택배기사님뿐만 아니라 택배 일일 알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 강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저 역시 학창시절에 택배 일일 알바를 친구 따라 해본 경험이 있는데,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 때문에 며칠을 끙끙 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허리 통증 없이 무거운 물건을 안전하게 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선은 15도 위를 향하고, 가슴을 펴고, 복압을 유지하며, 무릎을 살짝 굽혀 반쯤 앉은 자세에서 물건을 몸 쪽으로 끌어당겨서 올리면 됩니다.
방법은 알고 있지만, 택배 기사님 분들이 택배를 옮기면서 매번 그 자세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내 눈앞에 밀려오는 레일 위 택배를 마주할 때, 해가 뜨기 전에 무수한 택배를 트럭에 적재해야 할 때, 할당된 택배 물량을 다 배송해야 할 때,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급해지면 자세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고, 허리 부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클릭 몇 번 만으로 이 세상 모든 물건이 하루아침에 내 집 앞으로 배달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내가 누리는 편리는 누군가의 불편입니다. 내가 편히 잠든 시간에 누군가는 눈을 뜨고 있어야 하고, 내가 편하게 취하는 동작을 누군가는 수백 수천 번을 반복해야 합니다. 유엔(UN) 산하에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사무차장 정책특보를 맡으셨던 이상헌 박사님께서는 우리나라 노동현실을 분석하시면서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할 정도의 힘이 있다면, 조금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택배를 조금 줄여보면 어떨까요? 내 허리만큼이나 택배기사님 분들의 허리도 소중하니까요.
컨벤셔널 데드리프트를 하며
오늘도 딴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