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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Sep 23. 2024

좌우대칭 섹시한 주먹도끼 만들기

바벨컬로 팔 운동하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랜 기간 꾸준히 해왔던 운동 중 하나는 테니스입니다. “해왔던”이라는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요즘은 치지 않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쯤에 교내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한 이후로 수년간 꾸준히 테니스를 쳤습니다.



저는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오른손으로 테니스 라켓을 쥐고 공을 칩니다. 왼손을 쓸 일은 땅에 떨어진 공을 줍거나, 서브할 때 공을 머리 위로 던지는 정도입니다. 오른팔에는 계속 힘이 들어가지만, 왼팔에는 힘이 들어갈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테니스를 칠 때, 왼팔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오른쪽 팔뚝이 왼쪽 팔뚝보다 상대적으로 점점 굵어졌습니다.







세계적인 테니스선수인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역시 오른손잡이입니다. 굵고 탄탄한 오른팔에 비해 너무나도 얇은 그의 왼팔은 테니스 동호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기 위해 그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였는지가 그의 오른팔에 고스란히 남겨있습니다.



페더러만큼의 실력은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테니스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대체로 좌우 팔뚝의 굵기가 다를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을이 되면 셔츠를 즐겨 입는데, 살짝 팔을 걷어 올리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데 왼쪽 팔뚝이 조금 얇다보니 걷어 올린 부분이 자꾸 흘러내리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지금은 테니스를 안 친지도 오래 되었고, 팔 근육도 많이 빠졌습니다. 평소 팔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은 아니지만, 굳이 팔 운동을 해야 한다면 덤벨컬보다 바벨컬을 선호합니다. 흔히 아령이라고 부르는 덤벨은 한쪽 팔로만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합니다. 반면, 바벨컬은 양손으로 바벨을 쥐고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합니다. 동시에 양팔 운동을 하니 양팔 근육을 좀 더 균등하게 키울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좀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고, 무엇보다 팔운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쪽 팔 근육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쪽 팔만 좀 더 덤벨컬로 운동을 보충해주면 됩니다.







몸의 근육을 극대화하여 육체미를 뽐내는 보디빌딩(bodybuilding)에서도 근육의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드시 좌우 균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체와 하체의 조화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레슬링 선수 중에 스캇 스타이너(Scott Steiner)라는 이름의 선수가 있습니다. 다른 신체의 근육에 비해 어마어마한 팔 근육을 가진 선수인데, 그 선수의 몸을 보고 아름답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역사 수업 때, 가장 먼저 선사시대부터 배웁니다. 그 시절 원시인들의 의식주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그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주먹도끼입니다. 커다란 돌을 선택하고, 다른 돌로 타격하거나 짓눌러서 돌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주먹도끼를 만듭니다. 손잡이 부분은 조금 둥글고 뭉툭하게 만들고, 날 부분은 뾰족하고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게 만든 주먹도끼는 사냥감을 도축하거나 열매를 따거나 호신용으로 쓰였을 겁니다. 







주먹도끼에 관한 여러 이야기 중에 과학 작가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머렉 콘(Marek Kohn)이 주장한 “섹시한 주먹도끼 이론(Sexy Handaxe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주먹도끼를 정교하게 좌우대칭으로 멋지게 만들수록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어디까지나 머렉 콘의 주장일 뿐입니다. 설마 여자들이 주먹도끼를 만드는 실력만 보고 남자를 선택했을까요. 하지만 당시에는 주먹도끼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나름 고급기술이고, 좌우대칭을 맞추려면 나름 미적 감각도 있어야 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멋스러운 주먹도끼 하나 정도 만들어줄 수 있는 남자가 인기도 많고 인정도 받았을 겁니다. 섹시한 주먹도끼 이론은 주먹도끼가 생존을 위한 기능적 목적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징으로도 쓰였음을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바벨컬로 팔 운동을 하며 좌우 동일한 크기의 팔 근육을 만들려는 제 모습을 보며, 좌우대칭 주먹도끼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180만 년 전 원시인을 떠올려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다 똑같습니다.



바벨컬을 하며

오늘도 딴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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