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라인 벤치프레스로 가슴 운동하면서
우리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과 선택을 반복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이상한 선택일 수 있지만,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선택합니다. 이왕이면 소형차보다는 중형차가 넓고 편할 텐데, 굳이 소형차를 구매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왕이면 숏패딩보다는 롱패딩이 따뜻하고 좋을 텐데, 굳이 숏패딩을 구매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선택 앞에서 진리는 없죠. 일리만 있을 뿐입니다. 진리는 객관적인 사실이나 보편적인 관점을 뜻합니다. 일리는 특정 상황과 맥락에 맞는 적합성을 의미합니다. 중형차가 소형차보다 좋다는 것이 진리일 수는 없죠. 반면, 중형차 대신 소형차를 선택한 이유를 들어보면 나름의 일리가 있을 겁니다. 롱패딩이 숏패딩보다 좋다는 것 역시 진리일 수는 없습니다. 롱패딩 대신 숏패딩을 선택한 이유를 들어보면 마찬가지로 나름의 일리가 있을 겁니다.
헬스 역시 선택의 연속입니다. 하체 운동을 한다고 해도 누구는 바벨 스쿼트를 하고, 누구는 레그 프레스를 합니다. 등 운동을 한다고 해도 누구는 바벨 로우를 하고, 누구는 케이블 시티드 로우를 합니다. 내가 어떤 근육을 집중해서 운동할 것이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운동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그때마다 올바르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내 몸 상태를 바로 알고, 각 운동이 가진 특징과 효과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황에 맞게 운동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슴 운동을 할 때, 평평한 벤치에서 하는 일반적인 벤치프레스보다는 경사진 벤치에서 하는 인클라인 벤치프레스를 선호합니다. 헬스를 좀 해보신 분들은 바로 눈치 채셨을 겁니다. “아하~ 상부 가슴 키우려고 인클라인 벤치프레스를 주로 하는군.” 맞습니다. 벤치 각도가 기울어져있기 때문에 대흉근 상부와 쇄골 근처에 좀 더 집중해서 가슴 근육을 키울 수 있습니다. 추가로 어깨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어 어깨 부상의 위험도 낮출 수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는 나름의 진리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세월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저에게는 인클라인 벤치프레스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 부분은 진리가 아닌 일리의 영역입니다.
평평한 벤치에 누워 벤치프레스를 할 때, 등을 벤치에서 살짝 띄워서 몸을 아치 형태로 만듭니다. 어깨를 뒤로 당기고 고정하면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고, 바벨을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가슴 근육 활성화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오랜 세월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방법일 테니 진리라고 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필 벤치프레스를 하는 날, 상의를 살짝 짧은 것을 입고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몸을 아치 형태로 만든 순간, 상의가 위로 살짝 올라가면서 살색 배가 빼꼼 하고 나오게 됩니다. 식당에서 신발 벗고 들어갔는데, 구멍 난 양말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빼꼼 나오면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죠. 같은 이치입니다. 포동포동한 배가 빼꼼 노출되는 순간, 운동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다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벤치프레스를 하거나 몸의 아치를 살짝 죽인 다음 벤치프레스를 합니다.
제 경험상 누워서 벤치프레스를 할 때보다 인클라인 벤치프레스를 할 때, 확실히 상의가 위로 올라가는 일이 적더라고요. 당연히 뽀얀 배가 빼꼼 노출되는 일도 적겠죠. 그래서 저는 인클라인 벤치프레스를 좋아합니다. 어떤가요? 나름 일리가 있지 않나요?
우리가 매일 하는 선택들은 일리에 기반을 둔 것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옳고 그름을 넘어 개인적인 이유와 필요에 의해 각자 상황과 맥락에 맞게 선택합니다. 운동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진리를 쫓아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진리가 통하는 범위 내에서 나에게 잘 맞는 일리를 찾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다만, 진리를 일리라고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일리를 진리라고 믿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진리와 일리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진리와 일리를 혼동하지 않고,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잘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운동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여정에서도 말이죠.
인클라인 벤치프레스를 하며
오늘도 딴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