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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Sep 25. 2020

내가 아이들에게 화 안내는 이유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 많이 들었던 말은

"정말 아이들에게 화를 안 내요?"

이다.

아이들은 다 커서 23세, 22세가 되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 갈등은 있었지만 언쟁이 없이 지냈다.

지인들과 친구들은 내가 책을 내기 전부터 아이와 잘 낼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자주 물었다.

아이들과 큰 언쟁이 없었던 이유는 내가 마음이 넓은 사람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싱글맘으로 사는 나의 환경은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서 나는 보았다.

나를 의지하고 믿고 있다는 눈빛을...

하지만 나는 아이가 기댈 만큼 강하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는 삶이었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제대로 살고 싶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아이를 제대로 키워야 할 의무가 있는 엄마였는지 모른다.

심신이 비틀거리는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했다.





나의 감정 쓰레기들을 아이에게 쏟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내가 해야할 것은 감정 다스리기였다.

마음이 피폐해져서 상담을 받고 싶었지만 당시로는 상담을 받는 것도 나에게는 사치였다.

친구 소개로 우연히 읽게 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로 내가 세상에서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처한 환경이 내 마음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줬다.

법륜 스님의 책으로 나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나온 세상에서 나는 새로운 빛을 보았다.

파란 하늘, 상쾌한 공기,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그리고 나를 눈에 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나는 부끄러웠다.

내가 비틀거리고 흔들릴때도 아이들은 나를 기다려준 것 같았다.

아이들이 어른이었다.




아이와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을 먼저 챙기는 것이 중요했다.

내 마음이 편해져야 아이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편해진 후 앞으로 삶을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완전히 캐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루틴이다.

루틴 속에서 아이들에게 양보다 질로 주는 사랑을 선택했다.



첫 번째 루틴은 아이들을 9시 30분경에 재우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했다.

아이들의 수면 시간의 루틴은 아이들의 생활을 규칙적으로 만들었다. 

잠자리 시간이 정해지면서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알아서 챙겼다.


아이들을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니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잠자리 루틴이 안정적이 되면서 내 마음도 편해졌다. .


내가 퇴근 후 아이들은 나와 시작하는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잛지만 오로지 아이들에게 집중하였다.

나를 위한 시간은 아이들이 잠잔 후 이다.


두 번째 루틴은 잠자리에서 책 읽어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책을 읽어줬다.

내가 책을 읽어준 것은 아이와 사랑을 위해서이다.

아이에게 책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 책으로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다.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을 때도 있고

아이들이 가만히 눈 감으면 내가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편안하게 잠을 잤다.

아이들이 독서 후 편안히 잠을 자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

책읽어주는 15분으로 아이들은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꼈다.




잠자리 루틴이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루틴을 배우는 시작이다.

하루 24시간 아이들은 모두 계획한 대로 하기 힘들다.

하지만 24시간 중 한 가지 습관만 몸에 익혀도 다른 루틴을 만들기 쉽다.


루틴을 만들고 생활했던 아이들은 커갈수록 스스로 자신들의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자리 루틴은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자신을 관리하는 주도적인 삶의 씨앗이 되었다.


루틴의 가장 큰 효과는 생활에  안정감을 느낀 것이다.

모든 것이 힘들 때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루틴으로 삶의 방향성이 잡힌다.

그리고 편해진다.

내가 꾸준히 한 것은 아이들과 책읽기, 일찍 재우기다.

그외 생활은 삶의 곁가지로 두었다.

중심가지 위주로 생활했더니 복잡한 삶이 정리됐다.

루틴은 미니멀라이프였다.


나는 루틴으로 안정감을 느끼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모든 상황들이 화나지 않았다.


마음이 넓어서 화를 안 낸  것이 아니라

마음이 편해져서 화가 안나는 것이다.





그림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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