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경희 Aug 11. 2020

가장 기쁠 때 가장 힘든 사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줄어든다



사람들은 나에게 물어본다.

혼자 살면 언제 가장 힘드냐고...


솔직히 왜 물어보는 지 이해가 안 간다.


가장 힘든 1순위는 경제적인 것이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싱글맘이 되기 전 나는 아이들 육아하면서 아르바이트 정도의 일을 했다.

싱글맘이 된 순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된 것이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그래, 이제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야겠다'

라고 생각해도 돈이란 것이 마음처럼 와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수십 번 절망을 했다.

돈 앞에서 무너졌다.

내 맘처럼 되는 것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다.





가장 힘든 0순위는 기쁠 때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해를 못한다.


"기쁠 때? 왜?"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때 좋은 일이 있었다.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자랑하고 싶은 상장을 받아온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기쁨을 많이 느끼게 기뻐하고 춤추면서 안아줬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에게 연락해서 축하받게 했다.

가족들도 아이들에게 격하게 칭찬을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축하의 기쁨을 느끼게 했다는 마음에 뿌듯했다.

하지만 전화를 하고 난 아이들이 말했다.

"아빠는 몰라서 아쉽네요"


사실 내 맘도 그랬다.

가족들에게 연락할 때

'이런 좋은 일을 아빠에게도 칭찬받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 감정을 숨ㄱ려고 더 축하하려 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는데 아이들은 배가 되는 느낌을 아빠에게서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기쁨이 배가 되지 않고 작아지면서 아빠의 부재는 더 커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빠의 부재는 자신들이 메우기 힘든 공간이었으리라.


이날 이후 다시는 아빠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아빠의 그리움을 가슴속으로 삼켰다.


'요즘 이혼 가정이 많아 너희만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잖아'

'부모 사랑 다 주고 싶은 것은 욕심 아닌가? 상황대로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

상황대로 살아야 하는 것은 맞다.


아이가 아빠에게 받고 싶은 사랑은 욕심이 아니다.

본능이고 당연한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기반으로 아이들은 큰다.

그래서 아이들은 커갈 때 부모에게

"나 사랑해요?"

라고 행동으로 말로 몸짓으로 확인하려고 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본인들이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부모가 같이 기뻐해 주는 사랑이야말로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로 느낀다.


아이들은 아무리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도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으면 힘들어한다.

부모의 사랑은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에게 사랑을 받은 아이는 세상에서 견디기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내공을 갖게 된다.


입양한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부모를 찾는 것도 본능의 이치가 아닐까?

자신의 핏줄 찾기,

자신이 부모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사랑의 근본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나의 좋은 일을 누구와 같이 나누고 싶은지.

나누고 싶은 사람이 옆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일까?

그 마음을 생각해보면

기쁠 때가 가장 힘든 것임을...



그림출처: 픽사베이








이전 04화 나는 아이 앞에서 명함을 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