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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Nov 01. 2020

아빠없는 놈

아이의 방황은 커가는 증거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방학이 되면 서울 동생 집에 보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둘 만 비행기 타고 서울을 갔지만 조카들과 놀 생각으로 신나했다.

아이들이 서울에 가면 올케가 조카들과 박물관 등을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시켰다.

아이들에게 서울여행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울을 갔다온 어느 날 

"엄마, 삼촌집이 이상해요."

"왜?"

"밥상에 반찬이 많아요."

"반찬이 많은 것이 이상하게 보인 이유가 뭐니?"

"우리 집은 반찬이 하나여서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우리집과 다른 동생집이 보였다.

아이들은 밥상이 다른 것부터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 먹을 음식을 다양하게 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없을 때 스스로 챙겨먹기 좋게 간단식으로 준비했다.

음식은 비빔밥, 볶음밥, 김치찌개를 가장 많이 했다.

음식 재료는 종류를 다양하게 했지만 결국 같은 음식이다.

내가 차려주는 밥을 당연하게 맛있게 먹고 반찬투정하지 않는 아이들 덕에 음식은 점점 한 가지가 되었다.


주요리 한 가지에 밥을 위주로 먹던 아이들 눈에 동생집의 밥상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동생집의 밥, 국, 다양한 반찬은 진수성찬처럼 보였던 것이다.

평범한 밥상이지만 평범함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되었다.


"삼촌네 집은 우리집과 분위기가 달라요"

아이들은 동생집과 다른 것은 밥상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우리집이 다른 집과 다른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다른 집과 다름을 알게 되면서 마음적으로 힘들었다.

마음의 허전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뭔지 모르지만 채워지지 않는 것.

그런 마음의 방황의 끝에 아이는 단단해졌다. 


단단해지는 아이들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친구들의 편견도 견뎌야 한다.

친구들이 '아빠없는 놈'이라고 농담하는 말은 아이에게 상처가 되었다.

친구들은 농담이지만 아이에게는 심각한 고민이었다.

아빠가 없는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아이의 문제가 된 것이다.


지금은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

그런 다양한 가족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0년 전에는 '아빠없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특별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의 중심이 되는 부모가 흔들리지 않으면 견뎠다.

아이는 힘든 시기가 끝나갈 때 이야기했다.

어릴 때 엄마에게는 어떤 상황을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았다고...

주변에서 자기를 흔들어도 엄마가 잡아줘서 견딜 수 있었다고...


아이가 방황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아이는 방황하면서 크는 것이다.

아이의 방황은 '나'의 존재, 다른 사람과 다른 '나'를 알면서 시작된다.

그 방황의 끝에 '나'를 찾고 단단해진 '나'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아이의 방화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주변에서 이혼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부모의 이혼은 부모나 아이 모두 힘들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들이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이혼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으로 아이들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혼 이후의 상황은 양육자가 단단해지면 아이는 잘 자란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잘 챙겨야 한다.



그림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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