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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 Aug 07. 2021

선생님 홍길동의 손가락 새끼

한국어 학급의 일상

  선생님들에겐 직업병이 하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선생님’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린다는 것이다. 하도 교실에서 많이 불려서 그 습관이 밖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한 번은 동료 선생님의 결혼식에 갔는데 거기에 왔던 한 학생이 ‘선생님’이라고 하자 거의 모든 하객이 뒤를 돌아봤다.


  옆반 선생님과 복도에서 대화를 하는데 어떤 아이가 ‘선생님하고 불렀다. 옆반 선생님과 나는 역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아이가 짧은 간격을 두고 ‘홍길동( 이름)’ 붙인다. 우리  아이였다. 우리  아이긴 해도 한국어 기초반인 옆반을 거쳐 우리 반으로 왔기에 옆반 선생님과도 아는 사이다. 그런데 ‘선생님이라고 불러서  선생님을 돌아보게  다음 이름을 부른  마치 아이가 우리 둘 사이에서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의심했지만,  순간 말이   나왔나 보지


  그런데 얼마 뒤 같은 일이 생겼다. 그 아이가 나를 보고 다가오면서 ‘선생님 홍길동’이라고 하였다. ‘홍길동 선생님’이 아니라 순서를 바꾸어서 부르는 것이다. 한국어를 꽤 잘해서 수업 시간에 조금이라도 지루한 내용이 나오면 농담을 던지면서 슬쩍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도 하는 아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러는 것은 필시 나에게 장난치는 것이 틀림없다. 놔두면 계속하거나 다른 선생님께도 그럴 것 같아서 아이에게 ‘왜 순서를 바꾸어 부르느냐고’ 꽤 진지한 말투로 물어보았다. 아이는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온 베트남에서는 순서를 다르게 해서 부른다고 한다. ‘선생님 이름’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게 습관이 되다 보니 순서를 바꾸지 않고 단순히 단어만 한국어로 바꾸어 부른 것이다. 아차차 나는 아직 멀었구나… 문화 차이를 생각하지 못하고 아이의 의도를 의심했다. 머쓱했다.

코코코 눈~
코코코 귀~

 

  얼마 전 2학년 아이들과 신체를 나타내는 단어를 공부했다. 작은 게임이라도 까르르 좋아라 하고 반응이 큰 저학년 아이다 보니 노는 듯이 하는 수업이 많다. 다행히 코코코 놀이는 아이들의 나라에도 있는 놀이라 쉽게 따라 했다. 코코코 놀이를 하면서 교과서에 나온 신체 단어를 다 배웠는데 아이들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았고 금세 몸 구석구석을 손가락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 선생님 여기는 뭐예요?
- 거기는 눈썹이라고 해요.

-선생님 여기는 뭐야?
-거기는 콧구멍이라고 해요.

-선생님 이거는요?
-팔꿈치예요. 팔에도 꿈치가 있고 발에도 꿈치가 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교실 말고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보건실이다. 이곳저곳 ‘아야하는 곳이 많다 보니 핫플레이스다. ‘아야 곳도 봐주고 ‘ 해주는 보건실을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보건실에 가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려면 반드시 신체 각 부분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아야했던 기억이 많은 건지, 보건실  핑계를  만들려는 건지 아이들이 여러 신체를 가리킨다. 이윽고 가리킬 대도 가리킨 손가락이 반대편 손가락으로 움직였다.


-선생님 여기는요?
-거기는 엄지손가락이에요. 따라 해 보세요. 다음은 검지 손가락, 그다음은 중지, 그다음은 약지 손가락, 마지막은 새끼손가락
-아~ 엄지손가락, 검지 손가락, 중지, 약지 손가락, 손가락 새끼

음?

다른 손가락은 제대로 얘기하더니 마지막에서 삐끗했다. 새끼손가락만 거꾸로 얘기하는 것은 무슨 일이람?


-다시 한번 말해봐요 손가락 새끼가 아니라 새끼손가락
-네~ 새끼손가락

  수업이 마무리되고 배운 것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데 또 그런다.


중지, 약지 손가락, 손가락 새끼


  아이고… 왜 그 단어만 거꾸로 말할까? 오해하게 말이다. 당황한 나는 진땀이 나는데 아이들은 그저 천진난만하게 나를 쳐다봤다. 이 아이 역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다 아이의 의도를 의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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