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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 May 10. 2021

시간 읽기의 어려움

한국어 너무 어려워요

  인터넷 창을 무심코 넘기다가 눈길을 잡는 게시물이 있었다. 여러 방송에 나와 친숙한 카이스트 김상욱 교수님의 SNS였다. SNS 내용은 시간을 주제로  강의와  피드백이었다. 참고로 뼛속까지 문과인 나는  SNS 통해 비로소 시간이 물리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자이고 상대성 이론이 시간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이 얼핏 떠오른다. 시간이 물리학이라니 손목에 찬 시계가 갑자기 낯설고 무겁게 느껴진다.

김상욱 교수님 페이스북 게시글 중 캡처

  시간이 어려운 이들  있다. 우리  아이들이다. 읽는   어렵다. 교육과정  시간 읽기는 수학 교과 내용이다. 1, 2, 3학년 수학 시간에 시각을 읽고, 쓰고, 시각과 시간을 구분하며 시간을 계산한다.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시간은 온전히 국어의 영역이.


  한국어의 명수법(命數法)  가지다. 중국과 한자에 영향을 받은 한국의 특성으로 고유어 표현, 한자어 표현  가지다. ‘, , ,  시작하는  읽기는 한자어 표현, ‘하나, , , 으로 시작하는  읽기는 고유어 표현이다. 방법이  가지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수에 대해 배우면 항상  가지를 동시에 배운다. 이때, 마치 노래를 배우듯이 익히는데 ‘하나~두울~세엣~네엣~~’ ‘~~~~’ 이런 식이다. 적당한 리듬과 음정을 섞어 덩이로 익힌다. 덩이로 노래하듯이 익히면 쉽게 외우고 기억할  있지만,  덩이 어서 사용하기 어렵다. 다행히 보통 그럴 일이 없다. 시간을 제외하곤 말이다.     


09:09
몇 시 몇 분일까?


  그렇다. ‘아홉   이다. 한국어가 능통한 사람은 아주 쉽게 읽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백이면  ‘   라고 한다.  가지  읽기 방법을  번에 사용하지 못한다. 한자어 표현만 사용한다. ‘, , ,  물건값을 계산할 때도 더하기를  때도 쉽게 들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한국에서는 ‘앞의 숫자와 ‘앞의 숫자를 다르게 읽는다고 설명을 해보지만, 덩이로 익힌 아이들에게 ‘아홉이랑 ‘ 함께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시간 읽는 방법을 배웠고 어려움 없이 읽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와 ‘분’을 다른 표현으로 말한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시간을 설명하면서 처음 ‘시’와 ‘분’을 서로 다르게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 표현이 다른 언어에 비해 섬세하고 다채로워 외국인이 차이를 이해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시와 소설에서나 그런 줄 알았지 바로 일상에서도 이리 복잡한지 몰랐다.      

시간을 물어보고 답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 왜 아이들에게 ‘일, 이, 삼, 사~’가 익숙하고 편할까?     


  고유어 표현의 활용이 제한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유어로 표현할 수 있는 수는 ‘아흔아홉’이 끝이다. 100(백)을 온, 1000(천)을 즈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옛말이라 아는 사람도 없고 쓰는 사람도 없다. 고유어로는 ‘아흔아홉’까지 밖에 표현할 수 없으니 대부분의 한자어 표현을 사용하고, 큰 수를 말하지 않는 ‘나이’나 ‘시’에 사용한다(그나마 24시간제의 시는 한자어로 사용한다).


  고유어의 십 단위 표현은 정말 어렵다. ‘스물, 서른, 마흔 … 아흔’ 규칙성이 없이 다르며 어느 한 음절도 흔한 것이 없다. 아이들 입장에서 외우려면 죽을 맛이다.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것은 나오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자어가 더 익숙하고 쉽다.      


-참고문헌

남창혁(2005). 명수법에 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채완(2001). 수의 표현과 의미. 한국어의미학8(06), 109-132. 한국어의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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