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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 Jul 30. 2021

같지만 다르게  

한국어 학급의 일상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싫어한다. 어떤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겠냐마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 싫어한다. 공부하기 싫어서 한국어 수업이 끝나고 바로 교실로 올라가지 않는다. 버티고 버티다  소리를 듣고야 겨우 올라간다. 그나마 다른 데가 아니라 우리 교실에서 버티는  보면 한국어 수업은  만만한가 보다. 으름장을 놓으며 올려 보냈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도덕, 사회 공부를 하라는 것은 이제  걸음마를 아기에게 뜀박질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얼마나 버겁고 힘들겠는가. 보통 담임 선생님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정성을 다해 가르치지만, 온전히 한국어 학급 학생에게 맞출  없어 어쩔  없이 우리 아이들은 수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런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적극적인 수업이 있다. 바로 수학이다. 수학은 다른 교과에 비해 한글을 몰라도   있다. 수학에서의 한글인 아라비아 숫자는 모든 국가에서 공통으로 사용한다. 국어와 사회 시간에 경제니, 역사니, 공정이니 하는 어려운 단어를 겨우 따라 읽다, 조금이라도 아는 활자가 눈에 보이니 얼마나 신나겠는가! 아이들은 열심히 참여한다. 수학 문제를 퍼즐 풀듯이 한다. 어떤 아이는 본국 학교에서 미리 배웠다며 자랑도 한다.  


  가끔 한국어 학급에서도 수학 공부를 한다. 정확히는 수학 용어 공부다. 아무리 수학이라고 해도 문제와 상황은 한국어로 주어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더하시오-덧셈-더하기-추가하기’, ‘계산하시오-계산-답을 쓰시오-정답을 쓰시오 수학 교과서나 문제에서 많이   있는 것들을 공부한다.  


  처음 수학을 같이 공부하는데 아이들이 학습지에 숫자를 적다 말고 한글을 적었다.  숫자들 사이에 한글을 적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적은 한글도 숫자의 소리를 적은  아니고 띄엄띄엄 쌩뚱맞은 글자를 적었기 때문이다. 다시 보니 한글이 아니었다. 숫자였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숫자가 아닌 그들의 숫자였다. ‘처럼 보인 것은 숫자 ‘7‘이었고 ‘ 보인 것은 숫자 ‘4‘였다. 나라마다 아라비아 숫자 적는 방법과 모양이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오히려 아이들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숫자가  헷갈린다고 한다.  숫자 ‘1’이랑 영어 ‘i’ 헷갈린단다. 선생님이 똑바로 적어줬으면 한단다. 그러고 보니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님들과 전화 상담을 해야 하는데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말이 안 통하니 소통이 힘들다는 이야기로 이해했는데 이제 보니 학부모님의 전화 번호를 해석하는 것부터 일이었다.


나라마다 아라비아 숫자 적는 방법과 모양은 다르다


  아라비아 숫자는 처음 인도에서 만들어지고 아라비아 상인의 활용을 거쳐  세계로 뻗어나갔다. 처음 아라비아 숫자가 통용되기 시작할  문자와 모양이 비슷하여 혼동이 되고 변조가 쉬워 피렌체 등지에서는 금지 되었다. 충분히 그럴 법하다. 현재에도 같은 아라비아 숫자나라마다 이렇게 다르게 쓰고 헷갈리는데 로마자를 쓰는 나라는 문자와 숫자가 혼동될  있을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어렸을  어머니가 은행 전표를 숫자가 아닌 한자로 쓰시던 것도 기억난다.


  아라비아 숫자야 말로 다문화적 유산이다. 인도에서 만들어졌지만 다른 민족이 사용하면서 비로소  세계인 모두가 사용하게 되었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다문화 교육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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