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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담 Jan 11. 2021

'가정주부'지만 직업란엔 늘 '프리랜서'

2021년, 아직 발음도 입에 잘 붙지 않는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연말과 연초를 병원에서 보내고 돌아온 일상은 감사했고, 금방 지루해졌다. 이토록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라니. 


내가 사는 지역에도 연일 코로나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어린이집 등원은 생각도 못한 채 아이와 24시간 살을 비비며 지내고 있다. 


아이는 내내 놀고 있으면서도, 계속 놀고 싶단다. '나는 너무 심심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의 정력에 나는 매일 넉다운이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이런저런 미술놀이를 잘해주는 엄마들도 많던데, 애초에 텐션이 그리 높지 않은 나는 아이가 한 가지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나의 능력 부족인 것 같아 자꾸만 주눅이 든다. 


그림을 그리다가도 채 5분도 안돼 다른 놀이를 하자는 딸. 그 장단에 맞춰 몇 번씩 놀이를 바꿔보지만 반응이 영 시원찮다. 삼시 세 끼도 부실하게 차려내고, 하루에 한 시간씩 두어 번은 TV도 보여줘 가며 내 살 궁리도 찾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질 않으니 부족한 신체활동을 늘려주려 트램펄린을 뛸 때만큼은 유튜브의 율동체조 영상도 보여준다. 모범생 엄마가 되긴 그른 것 같다. 


이럴 때 등장하는 핑계가
'그래도 난 집에서 일하는 엄마니까'이다. 


2020년 연말 갑자기 밀려들어온 일로 인해 한창 바빴던 이후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아 이제는 일도 일이지만 몸을 챙겨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새해가 되고 나니 벌써 올해 작업이 없으면 어쩌나 불안해 또 이것저것 검색해가며 수입 창출의 방도를 찾아보기도 한다. 


프리랜서의 숙명이랄까. 누가 돈 벌어오라고 시키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일과 돈에 목이 마르다. 모르는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며 돈도 벌고, 아이도 볼 수 있어 좋겠다지만 실은 둘 다의 본분을 놓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은데, 일마저 없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남편은 일하느라 내 몸이 상하면 병원비가 더 나온다며 적당히 하라는데 천성인지 관성인지 늘 일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있다. 


곧 죽어도 직업란에 '가정주부'라는 말을 쓰기는 싫다는 마음에서랄까. 

결혼한 지 어언 5년 차, 가늘지만 그래도 기특하게 이어져오고 있는 내 '프리랜서'로서의 커리어에 대한 쥐똥만 한 허세와 자부심이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더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유.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내 능력으로 말이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당장은 빠듯해도 그럭저럭 괜찮지만, 그 벌이에 내 젊은 날의 능력과 기회를 편승하고 싶지 않다. 


연일 주식, 비트코인 등등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솔직히 마음이 초연하기 어렵다. 아이 어린이집 친구 엄마는 글쎄 남편이 코인으로 집 대출을 갚고도 현금으로 2억을 만들었단다. 그 이야기에 입이 떡 벌어져 배가 아프기보다는 난 헛살았나 보다 싶어 머리가 어질 했다. 


며칠 허황된 생각이 머릿속에 핑핑 돌다가 그렇다고 당장 투자할 수 있는 목돈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당장 그 돈이 없어 죽는 것도 아닌데, 비교해가며 풀 죽지 말자고. 

대신 나의 커리어든, 새로운 도전이든 지금 이대로 안주하고 앉아있지는 말자고. 


지금까지는 알음알음 내 작업을 본 인맥들로 커리어를 근근이 이어왔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의뢰인을 찾기 위해 재능거래 플랫폼에도 전문가 등록 신청을 했다. 그동안 왜 그렇게 수동적으로 지내왔을까. 


지난 연말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던 지독한 고열과 오한에서도 벗어났으니, 이제 다시 움직여볼 테다. 


더 쿨하고 멋진 나, 든든한 아내, 내 딸의 엄마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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