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본인이 부지런히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부지런한 경험으로 성공을 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두려움이 있다.
바로 휴식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쉬는 것에 대해 강한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너무 나태해진 건 아닌가..?'라는 생각은 편안한 휴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나도 휴식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평소에는 안 그러다가 쉬고 있을 때면, 남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더욱 잘 보인다. 게임을 하며 여가를 즐길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놀때 다른 사람들은 스펙을 쌓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편안하게 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절한 휴식은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뇌의 작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잠과 휴식이 중요한 영역은 암기영역이다. 수많은 단어와 개념, 문장들을 암기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완벽하게 외웠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머릿속에서 암기한 내용들을 떠올리면 반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1차적 멘붕을 경험한다. 그토록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외웠음에도 반절도 기억나지 않는다니. 본인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그 충격은 더욱 크다. 하지만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 일어나 암기한 내용을 되짚어본다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전날에는 머리에 구름이 낀 것처럼 우중충하고 흐릿했을 것이다. 하지만 잠을 자고 일어난 머릿속의 상황은 아주 맑고 깨끗하다. 전날에 암기했던 개념들이 서로 가지치기를 하듯 이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특정 과목을 하루정도 벼락치기 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며칠 연속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않고 암기를 시도한다면 정말 특출 난 천재가 아닌 이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뇌의 최적화 작용을 위해서는 뇌의 활용시간뿐 아니라 뇌의 휴식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휴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일례들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는 왕에게 명을 받는다. 가짜 왕관과 진짜 왕관을 구별할 방법을 찾으라는 명이었다. 왕의 명령에 골머리를 앓던 아르키메데스는 진짜 왕관을 가려내는 방법을 목욕탕에서 찾았다. 가짜보다 더욱 무거운 진짜 왕관은 물이 꽉 찬 욕탕에 들어갔을 때 더 많은 물을 흘러넘치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유레카'를 외친다. 아르키메데스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서 따뜻한 물에 들어가 머리를 식히는 그 순간 뇌가 빛처럼 번쩍이는 영감을 툭 던진 것이다. 그저 주방의 설거지통이나 세면대에 왕관을 툭 던져놓고 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을 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영영 유레카를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읽은 칼럼의 한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회사가 위험에 처한 순간에 직원들과 밥을 먹으러 간다는 A기업 회장의 인터뷰였다.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밥이 넘어가냐는 말에 회장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 밥을 먹지 못해 몸과 정신이 쇠약해진 상태에서는 그 어떤 곤경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밥을 먹는 시간에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모든 직원들이 묵묵히 식사에 집중해야 합니다. "
급할 때일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말은 느긋하게 일을 지켜보라는 뜻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동력을 단단하게 키우라는 의미이다. 놀랍게도 A기업은 위기 상황 속에서 항상 살아남았고 회사에는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야근을 하는 직원도 없다고 한다.
A기업 회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영화 <맨인블랙 3>가 생각났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을 악당을 놓치고 큰 좌절과 분노에 빠진다. 그의 모습을 본 베테랑 파트너는 간식으로 파이를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파트너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지구종말 전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따라간다. 그렇게 주인공은 파이를 먹으며 분노에 차 의식의 흐름대로 파트너에게 화를 낸다. 그러다 문득 악당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떠올리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악당을 찾아내 완벽히 제압하고 지구를 구하게 된다.
고단한 수험생활도, 험난한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잠도 자지 않고 하는 공부하는 학생은 충분히 잠을 자며 공부하는 학생을 이길 수 없다. 끼니도 거르면서 일에 집중하는 회사원은 회사생활을 오래하기 힘들다. 때로는 새벽까지 하는 야근보다 파이 한조각이 인생을 구하는 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