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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May 11. 2022

방콕에서는 견딜 수 있다

갑작스럽게 받은 디엠 하나로 인해 몇 개국을 오가며 광고회사 피디로 일하시는 매력적인 분과 두 시간 반 동안 통화를 하게 되었고 오일째 맥주를 마시는 중이다. 삶에도 사랑에도 각자의 방식이 있어서 누구의 것을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방콕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나를 사랑해주는 것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것들은 자주 나를 만지고 그 촉감은 나를 그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는다. 술에 취해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이라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방콕에 있어서 견딜 수 있다. 서울에서는 그 아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울을 떠나왔다.


최근 나에게 커밍아웃을 하거나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곤 하는데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까 너무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나를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었음이 너무 고맙다. 그 고백들을 사랑한다. 내가 꿈꾸던 삶의 방식대로 잘 살아가고 있구나.

 요즘 나는 ‘연민’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 중이다. 누가 누군가의 삶을 연민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싶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당신’을 ‘연민’한다. 그래서 아직도 많이 모자라고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사랑은 슬퍼서 좋고 좋아서 기쁘다. 사랑은 기쁘다.⠀

 많은 슬픔을 덜어내고  감당할  없었던 기쁨을 잊기 위해 시간이 나면 열대지방의 도시를 걷는다. 태어나 가장 오랫동안 살았던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나왔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여전히 오래된 슬픈 노래들을 들으며 술을 마신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들을 모두 떠나  곳으로 왔지만 여전히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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