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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May 16. 2021

#2.식민주의의 욕망과 소비주의, <멕시코 국제여행사>

코코 푸스코와 기예르모 고메스-페냐의 퍼포먼스

코코 푸스코(Coco Fusco, 1960~ )와 기예르모 고메스-페냐(Guilermo Gómez-Peña,  1955~)는 <우리 안의 커플>과 동일한 전략을 <멕시코 국제여행사(Mexarcane International)>(1994-1995)에서도 적용했다. 퍼포먼스 제목은 작가들이 기획한 국제적 여행사의 이름으로 이들은 영국과 캐나다의 대형 쇼핑몰 한 켠에 부스를 펼치고 고객들이 상상하는 완벽한 이국적인 세계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퍼포먼스는 고객들의 이국적인 취향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이에 따라 이국적이고 전통적인 물건들과 이벤트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푸스코는 쇼핑센터에 마련한 여행사 부스에 앉아 방문객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을 나이, 성별, 국적, 종교 등에 따라 분류하고 선호하는 이국적 음식, 선물, 여행, 섹스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이국풍이 그들에게 가장 큰 소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나서 최종 결과지가 작성되면 상담자들을 고메즈-페냐에게 보낸다. 그러면 대나무 우리 안에서 고귀한 야만인의 모습의 고메즈-페냐가 상담자들에게 불가사의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퍼포먼스는 미술관 관람자가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했으며 고객들의 솔직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작가들의 신분은 익명에 붙였다. 


푸스코의 시선에서 서구 도심가의 쇼핑몰은 어떤 종류의 이국적인 취향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상품들이 진열된 다국적 상품의 거대한 집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서구인의 문화소비주의와 결합한 식민적 이국풍의 실용적 상품들에 대해 푸스코는 비평하고자 했다. 간편한 이국적 상품을 취해 타자에 대한 판타지를 손쉽게 구현하려던 고객들은 퍼포먼스에서 예기치 못한 의문에 빠졌다. 푸스코의 수요조사와 고메즈-페냐의 서비스 사이에는 어떤 연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국에 대한 판타지를 손쉽게 구현하려던 고객들은 신랄한 풍자극에 연루되어 제멋대로의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퍼포먼스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요청하지만 이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들의 욕구를 표면에 노출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두 작가들이 혼종적인 정체성이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가능하게 했다. 이들의 혼종성은 서구인들의 이국적 환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퍼포먼스를 진짜로 믿게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때문에 푸스코와 고메즈-페냐는 식민적 향수와 원시주의자들의 환상에 도취되어 있는 서구의 소비자들의 가공되지 않는 날 것과 같은 욕망을 표출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미지의 아메인디언>에서와 같이 작가들은 이국적인 타자로써 서구 주체의 욕망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어 응시의 방향을 바꾸는데 성공한다. 


서구의 소비자에게 식민화된 주체의 욕망이 소비주의적인 관광산업을 통해 어떻게 표출되고 강화되는지를 폭로하면서 쇼핑몰이라는 장소 또한 단지 이국적인 환상을 만들어 내거나 유지시키기 위한 상품을 제공하는 환상충족을 위한 장소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고객들의 환상은 이국적인 무엇과도 관련되어 있지 않으며 어디에서도 실재하지 않는 만들어진 허구라는 것을 보여준다. 퍼포먼스는 의도적으로 관람객들을 불편하게 하고 관람객들의 고정된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뒤흔든다. 그리고 주체의 응시의 방향을 되돌려 오히려 타자가 주체의 욕망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주체와 타자의 위치를 뒤바꾸고 서구 주체가 식민주의의 시선을 지속하는 것을 위태롭게 만든다. 푸스코는 이처럼 과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통해 주체와 타자의 위치를 전복하고 타자에게 덧씌워진 서구인의 욕망을 벗겨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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