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9
그간 잃어버린 것이 많았다.
수십 개의 우산과 몇 켤래의 신발.
말랑말랑한 렌즈와 현금 얼마. 그리고 몇몇의 친구.
망각의 애석함은 기억이 작을수록 더 크게 다가온다.
생은 참 짧은 단편의 영화 같다.
이 영화의 모순은, 러닝타임이 길어질수록 압축된 망각의 시간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반복하여 남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던 장면, 사랑을 퍼부었던 장면.
사랑으로 하나였던 장면, 사랑을 만끽했던 장면.
이 짧디 짧은 영화 속에서 사랑마저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남을까.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