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Jet lag (시차증) : Jet(비행기) + lag(천천히 움직이다, 따라가는데 실패하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시간이 천천히 움직이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마치 컴퓨터가 랙 걸린 것처럼 헤롱헤롱 거리는 것"
2. Breakfast (아침식사) : Break(깨다) + fast(단식). "단식을 깨다"
3. Aerobic Exercise (유산소 운동) : 그리스어 Aero-(공기) + bios(삶, 생명). "상쾌한 공기를 몸에 공급해 주며 생명력을 불어넣는 운동"
2019. 04. 18(목) 영국 런던에서 (2)
‘신기하게 생각보다 괜찮네’
영국과 우리나라 시차는 9시간으로 꽤 큰 편이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서머타임(Summer Time 또는 Daylight Saving Time)이 적용되기에 그나마 한 시간 단축된다고 해도 8시간 차이가 난다. (뇌가 순수했던 어린 시절 새벽 4시에 비몽사몽으로 이불 뒤짚어 쓰고 축구 경기보며 '왜 저 사람들은 새벽에 축구하지? 잠도 안자고 공차나?'라며 궁금해 하곤 했었다. 마침 새벽 4시가 현지시간으로는 전날 저녁 8시여서 날도 어두웠기에 충분히 혼동하기 쉽지 않았을까?) 게다가 비행시간만 12시간이었다! 그랬기에 ‘최소 하루, 길면 이틀 정도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뻗어있겠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시간은 평상시처럼 흘러가는데 오히려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니 몸이 잘 버텨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말 놀랍고 또 고맙게도 생각보다 내 몸이 런던에 잘 적응해줬다. 스스로 기특했다. '난 아직 그렇게 늙지 않았구나! 삽십삼살인데도 아직 쌩쌩하구나!' 전날 저녁 펍에서 축구 보면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고 밤 12시쯤 잤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까지 했었다. 첼시 스탠포드 구장 근처를 산책 삼아 상쾌하게 걷는 것은 나에게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했었다.
숙소 근처 산책길 따라가다보면 첼시 홈구장이 나온다! (출처 : 직접 촬영)
여행 초반 체력관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갔는데 오랜 비행시간과 시차 적응 실패, 그리고 첫날부터 무리한 일정 등으로 컨디션 관리를 잘못하면 여행(旅行)은 고행(苦行)이 된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 등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고 시차가 큰 경우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 대한 설렘과 이것저것 봐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여행 초반부터 체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난 어려서 괜찮아!'라며 무모한 패기를 부리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한 3일 골골 앓아 누워있기 싫으면 더욱 신중해야한다. 최소한 하루 정도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말고 시차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자.
시차증은 영어로 Jet lag이라고 하는데, 이는 ‘비행기’를 뜻하는 jet와 ‘천천히 움직이다, 따라가는데 실패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lag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다. 우리가 컴퓨터 게임할 때 서버에 접속하는 이용자 수가 갑자기 많아져서 화면이 정지되거나 접속이 끊길 때 ‘랙 걸렸다’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랙’이 바로 위에 나온 단어 lag이다. 즉, 시차증의 뜻을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시간이 천천히 움직이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마치 컴퓨터가 랙 걸린 것처럼 헤롱헤롱 거리는 것’이다. 이를 Time zone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Time Zone이라고 불리는 시각대가 변함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인 셈이다.
시차 적응하는 방법은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며칠 전부터 여행지의 시간대에 맞춰 수면시간 조절 등을 통해 생활리듬을 바꾸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음식 조절을 통해 시차 적응에 준비하기도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시차 적응의 목적으로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굶어서 시차적응 할 수 있을까? 하버드 연구진의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공복 상태를 유지할 경우 생체시계가 리셋된다고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도착지의 아침시간 기준 14~16시간 전부터 공복 상태를 유지하다가 조식으로 이 공복을 깨는 것이다. 즉, 아침식사 하는 순간 그 시간을 아침으로 인식한다는 논리다. (예를 들면 런던 직항의 경우 비행시간이 대략 12시간인데, 도착시간이 오전 9시면 한국에서 비행기 타기 2~4시간 전부터 공백상태를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아침식사를 가리키는 단어 breakfast는 ‘깨다’는 의미의 break와 ‘단식’을 뜻하는 fast가 합쳐진 단어로, 이를 합치면 ‘단식을 깨다’는 의미가 된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시도해보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프랑스 식료품점의 아침식사 코너 (출처 : 직접 촬영)
나는 시차 적응 방법으로 수영을 추천한다. 솔직히 런던 외에는 시차가 많이 차이나는 장거리 여행을 한 적이 없었기에 그 효과를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신문기사나 tv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도 로버트 랭던 교수가 자신을 찾아온 바티칸 경찰에게 “A swim might help your jet lag (수영이 시차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수영뿐만 아니라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다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참고로 유산소 운동은 영어로 aerobic exercise라고 하는데, aerobic(에어로빅)은 그리스어로 ‘공기’를 뜻하는 aero-와 ‘삶, 생명’을 뜻하는 bios가 합쳐진 단어다. 즉, 유산소 운동을 한다는 것은 (장시간 비행 동안 마시지 못한) 상쾌한 공기를 몸에 공급해 주며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해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중요하다. 전날 컨디션 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오랜 비행시간을 잠으로 때우기 위해 비행 전날 밤을 새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오히려 비행기에서 잠을 자지 못할 수도 있을뿐더러, 시차 적응 실패로 큰 곤혹을 겪을 수 있다. 피곤한데 잠은 안오고 머리는 깨질 것 같은 느낌 받기 싫으면 위의 방법은 피하도록 하자. 또는 술기운으로 잠들기 위해 맥주나 와인 등을 마시는 사람도 많다.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마음먹고 퍼붓는 수준으로 마시기도 하는데, 고도에서 알코올은 탈수를 유발할 뿐 아니라 피로감도 높여 시차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유발한다. 지루하고 긴 비행시간을 잠으로 견디기 위해 이런 의미 없는 행동들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차 적응의 어려움에 대해서 듣게 되는 경우 막연하게 두려워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번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만의 시차 적응 노하우가 쌓일 것이다. 최대한 건전한 방법들로 이것저것 시도해본 뒤 자신만의 시차 적응 방법을 찾도록 하자.
사실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삶을 살아가다보면 힘든 일에 부딪혀 순간 '랙' 걸리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지도 못한채 멍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차 때문에 발생한 '랙'을 유산소 운동이나 아침식사로 깨버리듯이, 어려움을 극복할 자신만의 방법은 찾아보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런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쌓이면 다음번에 비슷한 어려움에 부딪혀도 큰 문제거리가 되지 않게 된다.
단 시차적응을 위해 밤을 새거나 술을 진탕 마시는 것처럼, 엉뚱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접어둬야한다. 빚 독촉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도박이나 무리한 주식투자 등에 전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이는 오히려 시간과 돈을 더 낭비하는 것과 진배없다. 시차적응을 위해선 아침식사나 에어로빅이 무수면 혹은 술보다 더 건강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자.
영어로 아침을 의미하는 단어 breakfast가 ‘단식을 깨다’는 뜻이라고 했는데,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로도 표현하는 단어는 다르지만 그 뜻은 동일하다. 각각 desayuno와 petit déjeuner인데, 우선 스페인어 desayuno는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des와 ‘단식하다’는 뜻의 ayunar가 합쳐져서 ‘단식을 없애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프랑스어로 petit는 ‘작다’의 뜻이고 de는 ‘깨다’, 그리고 jeûner는 ‘단식하다’는 의미인데,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가볍게 단식을 깨다’는 의미의 petit déjeuner가 된다. 단순히 ‘아침에 먹는 밥’의 뜻인 조식(朝食)보다는 의미가 흥미롭다. 추가적으로 조식을 이탈리아어로는 colazione, 그리고 독일어로는 frühstück라고 한다. 독일어는 단어가 조금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early bit’, 즉 이른 시간에 한 입 베어 무는 것의 의미다. 포르투갈에서는 아침식사를 café da manhã라고 하는데, manhã가 ‘아침’의 뜻이기에 ‘아침 커피’의 의미가 된다. 조식이 밥이 아니라 커피라니 조금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