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움 Aug 03. 2022

계곡의 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계절과 겹겹이 펼쳐진 초록 잎의 살결

언제 들어도 완벽한 풀벌레의 지저귐과

모두와 어우러진 청량한 냄새.

이 모든 걸 아주 오래 그리워할 날이 찾아올지 모른다고.


당연한 계절 가득

드리워진 풀잎이 상실되는 날.

퍼석한 흙 내음으로 가득한 날의 도래를.


뒤틀린 세상과 낯선 계절 사이,

주어진 것들의 상실이 쌓여

역사의 개연성은 다시 쓰여질 것이니.


머지않아

새로운 질감의 세상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할지도 모를.


막연하기에 불안하고

그려지기에 두려운 그날을.


그러니 열과 성을 다 해야겠다.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과

당연한 것들의 질감을,

냄새를,

기억을.


오늘의 하루가 저물어

내일의 세계가 열려도


그날의 색,

그날의 나,

그날의 우리를.


빛나는 날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더위를 피해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캄캄한 여름밤. 더운 날씨엔 불멍 대신 물멍이죠.

칠흑 같은 어둠 속,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만 그득합니다.

코로나에 등 떠밀려 캠핑 노마드가 됐지만,

자연을 찾아다닐수록 급격한 환경 변화를 걱정하게 됩니다.

눈앞에 펼쳐진 당연한 세상이

머지않아 뒤집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도 그럴 것이,

오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 급증한 벌레떼의 습격이나,

일기예보의 급작스런 변동.

계절과 어울리지 않은 강풍을 만날 때도 있고요.

몇 해 전, 비슷한 시기에 찾은 캠핑장의 계절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때 그렇습니다.

물론 캠핑을 다니다 흔히 겪는 경험이지요.

다만 계절의 변화와 이상기후에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사소한 일도 걱정으로 다가올 따름입니다.


여름밤이 깊어 갑니다.

모두 평안하십시오.^^


.

*덧불임: 의자 다이소 텍을 아직 떼지 못했군요;;;


매거진의 이전글 작지만 강한, 아이(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