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미국의 드림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올림픽 농구 코트는 드림팀 선수들의 콘서트 무대가 되어 버렸다. 92년부터 2000년까지 압도적인 실력 차로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몇몇 치열한 게임도 있었지만, 드림팀의 승리를 의심하는 관중은 없었다. 선수들은 개개인의 기량을 뽐내기 바빴다. 그러던 드림팀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동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 농구의 수준이 올라갔고, 개인 실력에만 의존하던 드림팀이 팀워크로 무장한 유럽, 남미 팀들에게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드림팀이란 명칭은 무색해졌고, 새로 결성된 대표팀은 ‘리딤팀(Redeem : 만회하다. 구하다.)’이라 불렸다.
리딤팀은 새로운 감독과 선수들을 선발하고, 올림픽이 열리기 4년 전부터 호흡을 맞춰갔다. 새로운 훈련 방식을 도입하고 정신력도 재무장했다. 하지만 이후 치러진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결국 리딤팀은 전설적인 NBA 스타 한 명을 소환한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코비 브라이언트였다. NBA에서 가장 비싼 선수 중 한 명이 리디팀에 합류한 것이다. 그가 팀에 합류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화려한 기술과 특유의 슛 감각으로 팀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을 하나 되게 한 일? 모두 아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궂은일’에 몸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훈련 중에도 공을 향한 집념을 아끼지 않았고, 몸을 날려야 할 상황이라면 실전이든, 연습이든 기꺼이 몸을 날렸다. 훈련에 늦는 법이 없었고, 다른 선수들이 파티나 클럽에 가는 시간에도 코트에 남아 슛 연습을 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비싼 몸 값의 NBA 선수들이 하지 않는 ‘궂은일’이었다.
‘궂은일’이라는 단어의 표면적 어감은 부정적이다. 사전적 의미도 ‘언짢고 꺼림칙하여 하기 싫은 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단어가 문장에서 쓰일 땐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와 같이 어떤 조직에서 본이 되고, 이타적인 행위의 결과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인다. 궂은일은 어느 조직에서나 ‘하기 싫은 일’이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 먼저 나서서 했을 때, 팀의 사기와 단합력을 이끌어 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비 브라이언트의 ‘궂은일’로 리딤팀의 결속력은 더 단단해졌다. 최고의 스타가 몸을 날리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한 사람의 헌신이 팀 전체로 퍼져 나간 것이다. 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팀으로 싸워야 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헌신이다. 그리고 그 헌신은 ‘궂은일’에서 시작된다.
팀에는 리더도 있고, 중간 책임자도 있고, 말단 팀원도 있다. 각자의 위치에 맞는 역할이 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더라도, 모든 팀에는 위기가 온다. 결과가 나오지 않고, 답을 찾지 못하면, 결속력이 약해지기도 한다. 어떤 변화로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궂은일’을 위해 나서는 태도 아닐까?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나는 이 조직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됐다는 태도. 그런 태도가 팀에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궂은일에 기꺼이 나서는 태도는, 팀에 대한 책임이 큰 사람일수록, 팀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사람일수록 팀에 더 큰 임팩트로 작용할 것이다.
코비 브라이언트로 시작된 리딤팀의 ‘헌신적 변화’는 결국, 2008년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졌다. 뛰어난 인물들을 팀으로 모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을 팀으로 묶고, 기대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궂은일로 시작되어 단단해지는 결속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