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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래 May 05. 2021

아내가 돌아왔다

친정아버지 병간호를마치고 집으로

  아내가 돌아왔다. 


  내가 출근하고 난 뒤 혼자 남겨지면 이렇구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고, 재미난 일이 생각나도 혼자 피식 웃고 말아야 하는 썰렁한 상황. 음악을 들어도 별로 신나지 않는다. 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구나. 엊그제는 유독 더 쓸쓸했다. 

  아내는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병간호를 갔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을 테고, 옆에 나불나불 지껄여 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외롭고 슬픈 마음이 덜어졌을 테지만. 코로나로 인해 병실 통제가 엄격한  상황이라 더 경직되었겠다.   

  코로나가 병원문화도 확 바꾸었다. 환자와 보호자가 PCR 검사를 받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1인실에 입원 대기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그때 4인실로 옮긴다. 보호자는 한 명만 곁에 있을 수 있다. 


  코로나는 사람이 붙어 있는 꼴을 못 보는 심성이 고약한 놈이다. 사람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2m의 거리를 둬야 하고, 말도 못 하게 한다.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네 숨이 내 숨으로 순환되는 상황에 불신의 씨앗을 풍선처럼 훅하고 키워낸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도둑처럼 조심스레 한 숨을 내 쉴 수 있는 조마조마하게 자유로운 현실이 언제쯤 풀어질 수 있을는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볼 때, 광고 타임 이거나 재미가 없어 아내 손이 휴대폰으로 가는 틈을 노려 슬며시 스포츠 채널로 옮길라 치면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려 일어난다. 그럼 나는 뒤에다 대고 

  "아냐, 아냐 당신 보고 싶은 거 그냥 봐" 

  혼자 보면 재미있어도 재미가 없어진다. 좋은 얘기든 싫은 얘기 든 옆에서 종알거리기도 하고, 규칙도 잘 모르는 경기를 같이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추임새 같은 감탄사도 날리며 재미있는 척해야 없던 재미도 생겨나는데 말이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돌아와 있었다. 아이들 수업을 마치고 소파에 앉았는데 피곤도 하려니와 아버지 병환 걱정의 무게가 느껴졌다. 내겐 귀가 한 아내가 반갑고 고맙기만 한데 아내는 아직 뭐가 뭔지 분간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달려든 병을 붙들고 간신히 겨울을 나셨는데 얼마 전부터 통증이 심해서 입원을 하셨다. 자다가 훌쩍이는 소리에 깨 보면 아내는 눈물바람을 하고 있었다. 그게 벌써 여러 번이었다.   


  아내에게도 내게도 이 시간이야 붙잡고 말려도 지나가겠지만 후회가 덜 남는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아니 더 부지런해져야지. 아내가 돌아오면 가지런히 정돈된 집에서 생각을 쉬어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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