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레이 Sep 19. 2021

세상엔 축구 말고도 할 게 너무 많다

《너 진짜 축구 싶냐?》

일본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나카타 히데요시*.

세계적인 테크니션이었던 그는 선수로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스물아홉, 정상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충격받은 언론과 팬들은 이유를 물었다.

"아직 선수로서 전성기에 있는데, 은퇴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세상엔 축구 말고도 할 게 너무도 많습니다."


은퇴후 자선 활동과 패션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나카타


그때는 그 대답이 이해가지 않았다. 축구 말고 중요한 게 또 있다니, 그것도 모두의 꿈인 축구선수로서 정상에 있는 선수가 그런 말을 한다니! 답답함을 넘어 화가 났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나카타가 은퇴했던 스물아홉을 지나, 삼십 대가 되었다. 여전히 축구를 좋아하지만 전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을 들고나가지는 않는다. 날씨 예보를 찾아보고 부상 위험이 있겠다 싶거나, 컨디션에 무리를 주겠다 싶으면 하지 않는다. 여전히 축구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축구만 생각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축구만 좋아하지도 않는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도 좋아하게 됐다. 애정 하는 다른 일들도 못 하게 된다면 슬플 것이다. 물론 축구를 못하게 될 때 느끼는 슬픔과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고, 회사를 다니며 결혼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나카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축구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 중 하나지만, 유일하게 소중한 것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세상에는 축구 말고도 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 함께 울고 웃어주는 친구들,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 서른 한 가지 맛 아이스크림, 그리고 축구.

누군가에게 축구란 가족처럼, 친구처럼,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축구와 함께 성장해온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카타의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세상엔 축구 말고 할 게 너무도 많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것입니다. 그건 변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봐도 축구는 가족이자, 친구이자 사랑이다. 축구 최고, 정말 최고.



*나카타 히데요시는 박지성, 손흥민같은 위상과 실력을 가졌던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선수였다.

이전 12화 지오디 오디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