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명함첩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3,000장이 훌쩍 넘었습니다.
돌아보니 지난 25년간 참 많은 고객과 파트너, 그리고 현장의 분들을 만났습니다.
산업군도 다양했고, 조직의 분위기와 문화도 제각각이었죠.
많은 만남 속에서도 오래 기억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모든 분을 다 기억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몇몇 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유난히 조용했습니다.
겸손했고, 절제할 줄 알았으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핵심을 짚어내는 인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진짜 인상적인 사람은 말보다 태도와 인사이트로 기억됩니다.
그런 분들과의 미팅을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는, 종종 이런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이 사람은, 언젠가 더 큰 무대에서 빛날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컨퍼런스 현장이나 새로운 고객사에서 다시 마주칠 때쯤이면, 그분들은 어김없이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더 넓은 조직으로,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자리로, 때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모습으로 …
그들은 스스로 기회를 찾고, 스스로 다음 무대로 옮겨갑니다.
그 차이를 이렇게 이해합니다.
빛나는 사람들은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신이 설 무대를 스스로 찾아 나섭니다.
좋은 사람일수록, 조직을 바꾸겠다는 결심 이전에,
자신이 먼저 변화의 주체가 되기를 택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가 더는 자신을 성장하게 하지 못할 때,
그들은 대부분 미련 없이 떠납니다.
‘남는 사람’이 아니라 ‘나아가는 사람’이 빛을 훨씬 ~ 더 오래 유지합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듣습니다.
“왜 좋은 사람들이 조직을 떠나는 걸까요?”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이어야 합니다.
“왜, 그들을 떠나게 만들었는가?”
사람을 잃는 건 그 사람의 결정이지만, 떠나게 만든 건 조직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빛나는 사람은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늘 자신의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조직은 그들의 ‘NEXT’가 지금 이곳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해야 합니다.
개인만의 성장을 요구할 게 아니라, 조직도 함께 진화하고, 유연해지고, 사람을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을 지키고 싶다면, 조직도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과 다시 마주쳤을 때,
“여전히 빛나시네요”라는 말을 웃으며 건넬 수 있다면…
그 조직은 분명, 더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진짜 건강한 조직은, 다시 만났을 때 서로가 더 빛나고 있는 관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