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로피컬 박 Apr 01. 2021

선유도 좀비 15화. 연구원 S의 잘못

선유도 좀비



명문대 화학과를 다니며  한 번도 휴학한  없는 연구원 S 빠른 년생이다. 같은 학년 동기들 대비 1 먼저 졸업했다는 말이다. 게다가 군대도 면제였기에 그가 사회에 나온 것은 겨우 스물셋. 10  얘기다.


제약회사 취직 또한 어렵지 않았다. 당시 그 흔한 면접 스터디 한번 참여해보지 않았고 이력서도 딱 한번 냈을 뿐이다. 부모님은 4대 독자인 아들이 천재라고 생각했다. 외모 또한 천재라 불릴만했다. 하얀 피부에 큰 눈망울, 누구라도 보호해주고 싶은 사슴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원 S는 자만한 적 없다. 자신의 길이 일사천리라고 해서 누굴 무시한 적도 없다. 그렇다면 그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선유도의 한 아파트 거실 한복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헤아려본다. 이름 모를, 아직 괴물이 되지 않은 4명의 인간의 시선, 총 8개의 눈알과 하나의 칼 끝이 연구원 S를 겨누고 있다. 그를 싸맨 방호복 덕분에 두려움에 뜬 실눈이 밖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S는 그 사실에 잠시 안도했지만 몇 분 전 이 아파트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2명 중 한 명으로부터 공격당했던 명치가 아파왔다. 신음소리는 분명 방호복을 뚫고 나갔을 것이다.


"죽었어요?"


거실에 쓰러진(물론 쓰러뜨림 당한 것이지만) S를 보자마자 이건 뭐냐고 물건 취급을 한 인간이 물었다. 수요일이다.


"죽었으면 다행이죠.... 근데 혹시 먹을  있을까요?"


식인종인가. 얼핏 봐도 약간 눈이 풀려 보이는 다른 한 인간, 박경이 자신을 먹을 수도 있을 거란 확신이 들자 S는 순간 몸을 움찔했다. 순간 칼 끝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살았어요. 제가 봤을  아직 괴물로 변하지도 않았고요."


칼을 든 인간이 말했다. 연구원 S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티끌 같은 잘못이 무엇이었은지. 얼마 전 제약회사에서 신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그 프로젝트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한 여자 꼬마 아이를 통해 인류 불멸의 비밀을 풀 것이라는 회사의 말을 믿은 것, 그리고 평범한 인간들에게 약을 주입하며 테스트를 했던 것, 괴물이 되어가는 이들을 보면서도 자신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그는 자신이 어떤 의심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린 것이 어쩌면 아주 조금.. 잘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겼다.

그 아주아주 작은 잘못 때문에 얼굴 허연 한 인간(박경을 말한다)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했구나 싶었다.


"3029145..."


연구원 S는 염불을 외우듯 숫자를 되뇌었다. 그 숫자는 자신이 사랑한 괴물의 이름이다.


 시간  그는 연구소에서 테스트 중인 괴물 3029145 잃었다. 너무 아름다운 나의 괴물, 사랑하는 나의 괴물. 그러나 일반적인 인간을 물어 같은 동족으로 만들어버리는 좀비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연구소 밖을 탈출한 좀비는 사살당하는 것이 매뉴얼이었지만(그것도 담당 연구원으로부터) 그는 그럴  없었다. 그래서 연구소를 나와 3029145 찾으러 걷고  걸었다. 케이트와 페니를 만나기 직전까지.


"대답을 안 해주셨는데"


박경이 말했다. 여전히 속이 잘 보이지 않는 방호복 얼굴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먹어도 되는지..."


침이 꼴깍하고 넘어갔다. 연구원 S와 박경이 동시에 말이다. 연구원 S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내달렸다. 물론 케이트의 칼이 그보다 더 앞서 나갔고 그는 현관에 꽂힌 칼이 야무지게 꽂혀있음을 확인했다.


"죽지 않아서 먹긴 .. 그렇겠네요"


박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목소리는 죽기 직전까지 악몽으로 남을 것이라 연구원 S는 확신했다.


15화 끝


이전 14화 선유도 좀비 14화. 그 날 이후 420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