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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피컬 박 Apr 06. 2021

선유도 좀비 16화. 열린 문 틈으로 들리는

선유도 좀비






페니는 연구원 S를 인질로 들이닥친 제약회사 한가운데서있다. 케이트의 칼 끝에 죽거나 박경의 이빨 그리고 자신의 메치기에 기절한 인간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얼마나 더 다쳐야 할까.


한편 박경은 입구를 경호하는 직원의 팔을 물어뜯다가 이에 낀 팔뚝 털을 빼려고 애쓰고 있다. 손가락을 집어넣지 않고 이의 이물질을 빼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다섯 사람이 선 곳은 지하터널을 걸어온 지 한 시간 정도 지난 무렵이다. 칼을 든 케이트, 연구원 S의 팔을 부드럽게 잡고 주사기를 목에 들이 댄 수요일, 지금까지 이 곳에 오면서 죽거나 다친 이들의 수를 가늠해보는 페니, 이의 이물질이 아직 빠지지 않아 괴로운 박경. 그들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천장과 벽을 따라 빼곡하게 채워진 감옥들이 보였다. 케이트는 그곳을 훑으며 어린 시절, P와 함께 지냈던 공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태어난 곳, 자신이 칼잡이로 훈련받았던 그곳.. 고향이란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애증의 공간. 하지만 여긴 그곳이 아니다. 케이트는 다시 칼을 다잡았다.


"그 꼬마, 어디 있어?"


수요일은 연구원 S에게 '꼬마' 위치를 물었다. 여기서  '꼬마'  시간  선유도 부근 아파트 거실에서 연구원 S 입에서 나온 존재다. 수요일은 그 꼬마가 자신이 알던 그 소녀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이 사실이길 간절히 바라며 이곳까지 왔다.


600년 전 소녀가 준 재료로 물약을 만들고 적어도 수요일과 소녀는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잠깐의 시간 동안 소녀는 괴물에게 물리고 말았다. 물약 덕분에 영원히 살게되었지만 인간도, 괴물도 아니었고 더더군다나 물약이 필요했다.


수요일은 물약을 만드는 방법을 소녀에게 알려주었다. 자신이 없어도 소녀는 소녀대로 반드시 인간으로 살아가길 원했기에.


"구원자가 있대요."


함께 지낸지 212년이 지난 어느날, 밖에서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온 소녀가 말했다.


"구원자?"

"세상에 모든 괴물을 인간으로 만들, 구원자요."


소녀는 확신하는 얼굴이었고 구원자를 찾아 오겠다며 길을 떠났다. 수요일이 600년의 시간동은 선유도를 떠나지 못한 것은 소녀 때문이었다. 구원자를 찾지 못하더라도, 소녀 혼자만이라도 돌아오길 바라며.


다시, 제약회사로 돌아오자.

연구원 S가 그들에게 소녀의 존재를 이야기한 것은, 박경에게 잡아먹히거나 케이트의 칼에 죽임을 당하기  자신에 대해 설명해야만 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디서 왔으며 나쁜 의도로 선유도 아파트 부근을 걷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물론 그는 나쁜 의도가 없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속해있던 조직은 세상을 파괴할 만큼 악했다. 그렇다면  조직에 일부였던, 평범한 연구원 S 결코 선했다고 말할  없다.


연구원 S 속한 제약회사는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려 일반적인 인간을 좀비로 만들고 다시 인간으로 복구해주는 약을 대량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열쇠는  소녀였다. 자신이 600  태어났으며 물약을 먹으며 인간의 삶을 이어왔다고 주장하는 소녀. 제약회사의 회장은  소녀의 말을 믿었고 소녀의 몸속 세포를 추적해 연구해본 결과  믿음은 사실로 밝혀졌다. 연구는 비밀리에 아주 많은 예산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4  이야기다.


"꼭... 꼭대기에 있어요."


연구원 S 소녀의 위치를 말하자 수요일과 페니, 박경은 동시에 위를 올려다봤다. 주변을 엄호하는 케이트만 빼고.


비밀리에 붙여진 이 프로젝트의 입구는 지하동굴이었다. 모든 입구는 등록된 인간들의 생체 보안 시스템으로만 열 수 있었고 그 이유로 인해 연구원 S가 필요했다. 지하동굴로 들어와 긴 터널을 거쳐 지금 이 순간 그러니까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은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박경은 생각했다. 평소에 스쿼트나 꾸준히 해둘걸.


"엘리베이터는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박경이 속으로 읊조린 후회를 듣기라도 했는지 연구원 S가 손끝으로 문 하나를 가리켰다. 그렇게 다섯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달리 방법은 없었으니까. 수요일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전히 연구원 S의 목에 주사위를 대고 '꼬마'를 생각한다. 어쩌면 그 꼬마가 600여 년 전 자신에게 물약 재료를 구해주고 물약을 함께 나눠마신 그 꼬마가 아니었을지. 그 꼬마가 맞다면 끝까지 자신을 떠나지 않고 믿어준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 텐데.


"쿵!!!"


그때였다. 고속으로 오르던 엘리베이터 위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한 번만 들리더니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이어졌다.


"쿵쿵!! 쿵!... 쿵!"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다섯은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각자 계산하기 시작했고 그 계산의 끝은 동일했다.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렸다. 누구 하나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연구원 S가 흐느낀 것 외엔 몇 초간 침묵이 이어졌다. 끼익 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페니였다. 그 틈 사이로 익숙한 괴물들을 포효가 들렸다. 그리고 푸른색 네일아트가 참 고운 아니, 고왔을 것 같은 손가락이 보였다.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 새끼손가락은 없었음을 밝힌다.


"비켜요!!"


케이트가 거의 다 들어온 괴물의 손을 칼로 내리쳤고 괴물은 새끼손가락 없는 손을 잃으며 건물 바닥으로 추락했다. 박경은 눈을 질끈 감고 그 손마저 엘리베이터 문 밖으로 밀어버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또 다른 괴물들이 엘리베이터의 열린 문 틈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으니까.




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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