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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이제는 큰 행복을 위해 살기로 했다.

by 노아의 독백

여느 때처럼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헐떡이며 운동을 하다가 그리고 정처 없이 밖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당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당신의 행복이 궁금해질 때쯤 드디어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의 행복을 탐구하는 것보다 먼저 당신의 행복을 엿보기로 했다. 무엇이 당신을 미소 짓게 만들고, 무엇이 당신을 웃게 만드는지 그리고 무엇이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지 여전히 궁금한 오늘이다. "이래서 나는 행복해."라고 뱉는 당신의 음성을 종종 상상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싶어 오늘도 마음속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해본다.

여러 이방인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일상을 보낸다. 너무 깊지 않게, 가볍게 그들을 마주한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미소를 주고받고 정성을 담아 전한다. 일을 하면서도 사적인 만남을 하더라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나만의 자세다. 요즘은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물음을 던진다. 무엇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지. 저마다의 행복의 온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옅은 미소와 함께 답을 해주었다.


- 건축업을 하시며 책을 좋아하는 우아한 직장인은 캘린더의 적힌 일정을 하나씩 지울 때, 모든 과업에 삭선을 그을 때

- 여행과 와인을 좋아하시고 재치 있던 입담을 가진 Ai개발자는 고민하던 회사에서의 휴직, 일시적 해방!

- 편집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영상디자이너의 생각지도 못한 정시 퇴근, 여유로운 퇴근길과 저녁 시간

-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며 문과미를 추구하는 직장인은 자신의 감성을 추구하는 좋아하는 공간과 읽고 싶은 책,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날씨까지

- 자신이 다녔던 학원에서 강사 일을 하며 가르치는 학생들이 문득 귀여워 보일 때, 내 일에 대한 보람


그들의 행복 속에서 알맹이가 되는 구간에 대해 밑줄을 그어봤다. 크지 않지만 가득 찬 행복, 작은 것부터 느껴가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해 보고 생각해 보며 어쩔 수 없이 전에 내가 느꼈던 행복을 떠올리게 되었다. 막상 정리해 보니 나 역시 그들처럼 크지 않지만 가득 찬 행복이 있었고 작은 것부터 행복을 느껴왔었다. 다만 지금은 큰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작은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감정의 사춘기, 여유가 없는 일상 그리고 안부를 물을 수 없는 관계 등 대충 여러 수식어를 붙여 애써 삼키지만 소화가 안 된다. 매번 삼키던 것들이 소화가 잘 안 된다. 사람, 음식, 일상 등 처음 접하는 것 마냥 얹혀 남아있다. 소화하는 법을 잊었나 보다.마치 작은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의 마지막 구절은 내가 삼켜왔던 작은 행복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적어 내리면 다시 조금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용기 내본다.

*나만의 단골손님들과 나누는 스몰 토크, 나를 맞이하는 미소와 목소리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 토요일 오전,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작업을 하시는 선생님. 항상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드신다. 아침인사를 주고받으며 에너지를 받는다. 주신 에너지를 녹여 더 정성을 담아 커피를 내려 드린다.


- 분홍색 텀블러에 아메리카노를 드시는 30대 여성분. 밝은 미소를 가지신 분이다. 복이 많은 미소. 품절된 빵을 몰래 하나 꺼내드리면 좋아하신다.


-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세 봉지씩 넣어드시는 슈가 할머니. 요즘은 일부러 두 개씩만 내어드린다. 오늘도 일하느라 고생했다며 미소를 보내주었다. 집 앞에 가게를 안 가고 매번 우리 가게를 찾아주신다. 종종 간식도 챙겨 주신다. 근래에 편찮으셨는데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 이제 막 돌이 지난 서준이라는 친구가 있다. 머리가 짧아져 알감자를 연상시키는 친구다. 여전히 인사는 안 받아주지만 이제는 내가 조금 익숙해지나 보다. 고개를 돌려 자꾸 쳐다본다. 형은 너를 한참 전부터 쳐다보고 있었다. 서준이 어머님은 자몽에이드를 좋아하신다. 서준이를 바라보면서 미소가 끊이시지 않으시고 여러 대화를 나누신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나도 좋은데 얼마나 좋으실까, 다음에 오시면 더 정성을 담아야겠다. 서준아 지우라는 친구는 오빠한테 인사를 너무 잘해준다. 조금 더 크면 형이랑 인사하는 사이가 됐으면 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출퇴근을 함께하는 아티스트


- 노래를 참 좋아한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다. 노래를 참 좋아한다. 옛날 노래의 가사를 읽으면 그림이 그려진다. 여행스케치, 변진섭, 이문세, 이상은 등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소중한 분들이다.

- 요즘은 가수 하현상 씨 노래를 많이 듣는다. 음색도 좋지만 가사에서 여러 잔상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 듣기 좋아 최근에는 종종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 노래를 좋아해서 플레이리스트 편지를 써봤다. 빠더너스 문상훈 씨의 편지를 오마주 했다.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언젠가 나도 출연할 수 있겠지? 편지를 쓰는 걸 좋아했지만 근래에는 써줄 사람도, 써줄 여유와 사랑의 마음도 부족했다. 그래서 함부로 위로하고, 공감하고 함부로 사랑하고 싶지 않아서 플레이리스트 편지를 써봤다. 가사는 듣는 사람이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이런 작은 행복을 삼키며 살았지만 여전히 소화되지는 않는다. 내가 느끼는 작은 행복은 맞지만 추구하는 행복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내게 남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과의 행복이다. 안부를 묻는 일상. 잠은 잘 잤는지, 밥은 챙겨 먹었는지, 오늘 일은 어땠는지, 조금 힘들었다면 웃음과 위로를 더해주고,짜증이 나는 사람이 있다면 상상 속에서 많이 괴롭혀주는 그런 일상.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 와서 너무 어려운 행복인 것 같다. 밥은 잘 챙겼으면 하고, 잠은 잘 잤으면 좋겠다는 내 표현은 사랑 이전 최선의 표현이다. 마음속에 품은 상대가 꿈은 꾸지 않고 깊게 잘 잤으면 좋겠다. 사랑 이전에 줄 수 있는 나의 애정이다. 애정을 나누는 큰 행복을 추구한다. 멀리 있지만 큰 행복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살아간다. 당신은 오늘도 행복했다고 말하는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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