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안개를 풀어 보여줄 때
그 안에서 나를 곧이 응시하라고 나는 말하지.
하지만 안개의 품에 안긴 본질이 없다면
너는 결코 나를 찾지 못할 것이고
나를 곧이 응시하라는 말도 거짓말이 되어버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안에서 본질을 찾을 거야.
본질을 덮고 있는 두꺼운 허무를 벗기고
깨끗하게 닦아서 안개 속에 놓아둘게.
너에게 풀어 보내주는 나의 문장들이
너를 가두는 미로가 아닌
나를 찾고 너를 찾는 길이 되도록
그럴 수 있도록.
추악한 얼굴이 드러나도
그것의 위에 혐오를 덮지 않을게.
허무한 것을 벗긴 마음이 허무보다 못난 것이어도
혹은 허무여도 부정하지 않을게.
안개 속을 걷는 너에게 나는 디딜 만한 땅일까.
본질을 연기하는 말들과
본질을 감쌀 수 없는, 안개가 될 수 없는 텁텁한 거짓들을
나는 이제 붙잡고 있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