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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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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매 Nov 09. 2023

두 시 이십이 분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세상의 미미한 소음. 고요의 공간에 혼자 앉아 내 주위를 둘러싼 기묘한 일상의 소음들을 가만히 듣는다. 새 지저귀는 소리라도 있다면 부드러운 감상에 젖을 텐데, 내가 글을 쓰려고 하자 새가 침묵한다. 대신 윗집이 욕실 수도꼭지를 틀었는지 천장의 수도 배관 속에서 바람 소리 같은 것이 흐른다. 음악처럼. 기묘한 일상들이 굴러간다. 자아를 가진 것들이 좁은 세상에 우글우글하다. 하물며 아까 청아한 목소리로 지저귀던 새 한 마리에게도 자아가 있을 것이다. 어젯밤을 잘들 보낸 건지 모르겠다. 유독 고요하고 짙었던 어둠. 안락한 밤을 보낸 사람도 있겠고 파편 위에서 잠을 잔 것 같은 사람도 있겠지. 나는 어느 쪽도 아니지만.

    

 나도 몸속에서 자아의 박동을 느끼지만, 일상에서의 의무가 우선이다. 내가 성실한 태도로 일상의 의무를 수행할 때 몸속의 자아는 어디론가 여행을 가버린다. 야자수가 늘어선 곳으로 혹은 흰 꼬리를 살랑거리는 아름다운 붕어가 사는 숲의 연못으로. 이곳은 부딪히고 엎어지면서 싸움 없는 싸움의 현장이 된다. 파도에 밀려 집을 떠났던 나는 별이 숨은 밤에 다시 파도에 밀려 집으로 돌아온다. 슬픈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도 있다. 가족도 잠든, 깊은 적막의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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