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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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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매 Apr 24. 2024

억척스러운 꽃


작게 자란 주황 장미

방이 환해지라고 사 온 날부터 시들기 시작한.


내 사랑하는 여자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고

너를 위해서 물을 주어야 했나

너의 시들시들한 꽃잎이 보기 싫어서

지나가는 길에 똑

지나오는 길에 똑

내 사랑하는 여자는 훨씬 낫다며 허리를 안았어


그게 너의 마음이 꺾이는 소린 줄 알았다면.

내 사랑하는 여자에게 알려주었을 텐데


보기 나쁘다는 이유로 마구 꽃잎을 떼어간

나에 대한 울분인지 억척스럽게 물을 먹는 너.

억척스럽게 물을 먹고 죽지 않는 너

누구를 위해 살다 가는지 알기 전엔 눈 감을 수 없다는 듯.


작게 자란 주황 장미

앙상한 너의 앞에서 나는 잠시 나의 초저녁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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