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자란 주황 장미
방이 환해지라고 사 온 날부터 시들기 시작한.
내 사랑하는 여자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고
너를 위해서 물을 주어야 했나
너의 시들시들한 꽃잎이 보기 싫어서
지나가는 길에 똑
지나오는 길에 똑
내 사랑하는 여자는 훨씬 낫다며 허리를 안았어
그게 너의 마음이 꺾이는 소린 줄 알았다면.
내 사랑하는 여자에게 알려주었을 텐데
보기 나쁘다는 이유로 마구 꽃잎을 떼어간
나에 대한 울분인지 억척스럽게 물을 먹는 너.
억척스럽게 물을 먹고 죽지 않는 너
누구를 위해 살다 가는지 알기 전엔 눈 감을 수 없다는 듯.
작게 자란 주황 장미
앙상한 너의 앞에서 나는 잠시 나의 초저녁을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