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칠이 벗겨진 낡은 문에 뚫어진
작은 구멍의 유혹
안을 들여다보면 너의 새벽이 날개를 퍼덕인다
날아오르려다 떨어지고
날아오르려다 떨어지고
결핍에 대한 슬픈 항거의 흔적은 하얗게
하얗게 나풀거리고,
어린 날 기억의 고요한 부상
베개 싸움의 철없는 치열에 어질러진 방
눈발처럼 흩날리던
하얀 깃털 너머에 유년의 미소가 피었지
땀방울 앗아가는 무더운 날에도 갈증은
없었으니 나는 결핍을 모르고 살았었다
나는 새벽을 살지 않았었다
정열을 빚는 절망스러운 몸짓에 가슴이
스산해지는 한편,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버린 나는
포로
헤아림은 불가능하고,
이해에 대한 희망의 크기처럼 작고, 음울한 구멍
그 안을 들여다보면 너의 공상이 미친 듯이 춤춘다
공상은 유폐된 동심의 덧니 난 자식
동심의 풀밭에 야생 동물 발자국처럼 새겨진 상처
너보다 조금 더 많은 상처를 망각하고 있단 이유로
나는 문 안쪽이 아닌, 여기, 있다
단지 너보다 조금 덜 불리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보호하여라 저 사람을,
속삭이듯 내뱉는 오만의 입술 위에 손바닥을 덮으며
나는 구멍 안쪽을 지그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