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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꾼도시워킹맘 Dec 29. 2022

초등학교 1학년, 육아휴직 꼭 해야 할까요?

Yes or No

아래에 있는 이전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아이를 낳았을 때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2개월을 쓰고 복직했다. 10개월의 육아휴직이 남아 있었다.



https://brunch.co.kr/@white1012/8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10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가장한 나의 안식년이었다. 일하다 지칠 때면 입버릇처럼, 팀장님을 향한 반 협박처럼 육아휴직 써버릴 거라 했던 말이 씨가 되었다.






휴직을 하고 모든 게 여유로워졌다.

등원 때마다 닦달하던 엄마는 아침밥도 먹여주며 준비물도 챙겨주는 엄마가 되었다.

퇴근 후 6~7시가 되어야 만나던 아이와 오후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학교의 참관학습, 운동회, 하교 후 소소한 모임은 물론 엄마들 모임까지 일정을 확인할 필요 없이 다 OK 하는 여유도 장착했다.

아이 스케줄이 꼬여도 백업이 가능했다. 갑자기 아파도 병원에 못 가 동동거릴 일이 없었다.

아이와 둘이 여행도 갔고 크로켓도 만들고 스콘도 구웠다. 주말마다 낮잠 좀 자겠다고 침대를 파고드는 엄마는 없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밀린 집안일도 했다. 에너지가 적은 인간이라 일할 때는 일한다는 핑계로 집에 먼지가 뭉쳐 굴러가도 모른척했지만 여유가 생기니 청소도 하고 밑반찬도 만들어보고, 남편 퇴근시간 맞춰 보글보글 찌개도 끓여봤다.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쓰기 싫어 쿠킹 클래스도 가보고 혼자 영화도 많이 봤다. 유튜브 보며 홈트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서점에 서서 책도 많이 읽었다.

아이 수준에 맞는 문제집을 넣어주기 위해 출판사 별 문제집을 다 비교해보기도 하고, 아이 교육이며 성교육 등에 관련한 강의도 들으러 다녔다.



다시 돌아간대도 육아휴직을 할 것이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도 벌써 3년, 그때로 돌아간다면 주저 없이 육아휴직을 선택할 것 같다. 누군가 이유를 묻는다면 행복했던 시간이었으니까요라고 말하고 싶다. 말 그대로 나의 안식년이었으니까. 아이를 위한 시간도 있었지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았고, 그로 인해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휴직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휴직을 못했더라면, 아니 휴직이 하기 싫어 안 했더라면.

이미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는 나 없이도 꽤 많은 것을 혼자 할 수 있게 커 있었다. 가방도 혼자 챙기고, 받아쓰기 공부 같은 숙제쯤은 혼자도 할 수 있더라. 세상이 위험하단 이유로 등, 하교나 학원 이동은 내가 늘 따라다녔지만 동네에서 아파트 상가를 벗어나지 않는 동선쯤은 아이 혼자도 너끈히 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총회며 면담이며 참관이 있지만 반차 정도면 된다. 아빠와 엄마가 반반씩 때에 따라 조율할 수 있지 않은가. 상황에 따라 등, 하교 도우미나 학원 뺑뺑이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아이와 충분히 얘기하고 이해시키면 될 일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니, 휴직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그리고 복직 즈음 남편이 말했다. “우리 이제 마이너스다.” (묵직했다.)



무엇보다 엄마의 기준으로 선택하세요.



단지 아이만을 위한 육아휴직이라면, 엄마가 원하지 않는 휴직이라면, 누군가는 휴직을 해야 하는데 아빠는 못하니 엄마인 내가 라는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면 권하지 않겠다. 모든 게 다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지 않아도, 하루하루 숨이 턱에 차는 날도 있겠지만 휴직이 필수 조건은 아니니 말이다.



억지로 휴직을 하고 나면 인간이기에 보상 심리가 생긴다. 남편에게나 아이에게나. 난 원하지도 않는 휴직을 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데 남편이 야근하고 회식하는 꼴이 좋아 보일리 없다.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나는 회사에 아쉬운 소리 하고 눈치 보며 휴직하고 시간 갈아 넣어 아이 키우는데, 너는 나를 발판 삼아 혼자 승승장구하니 좋냐, 그렇게 혼자 어디까지 성공하나 보자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를지 모른다. 아이의 숙제를 봐주다 엄마는 너 보느라 휴직도 하는데 넌 왜 받아쓰기조차 틀리느냐고 한숨 쉴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육아휴직은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To. 휴직을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

초등학교 1학년, 일하는 엄마가 꼭 휴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에게도 안식년이 필요하다면 선택해도 좋을 것 같아요. 경험자로써 추천해드릴 수 있습니다. 휴직을 하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많이 가지시길 바라요.

하지만 엄마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누구도 아이가 중요하지 않냐고 뭐라고 할 자격 없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안타까우면 대신 육아나 해주면서 타박하라고 하세요. 대신 휴직을 하던지요.

다만, 현실적으로 입학 이후 적응까지는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겠죠. 상황에 따라 남편과 부모님과 머리를 맞대 상의하면 됩니다. 회사에도 어쩔 수 없이 눈치 보며 양해를 구해야 하는 날도 오겠지만 이것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아이도 키우고 회사도 다녔다는 건 누구보다 열심히, 잘 해내오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지금까지처럼 내년에는 더 잘 해내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아이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늘 그렇듯, 아이는 항상 엄마들이 아는 것보다 잘 해내고 있어요.

선택도, 후회도 엄마 몫일테니 당신의 선택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이미지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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