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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Jul 19. 2021

무지개

# 요 며칠 소낙비가 요란하게도 내렸다.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부엌에서 갈비를 굽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웃자란 나뭇가지는 부엌 창문을 마치 와이퍼처럼 청소하기 시작했고, 그 창틀 사이로 빗물이 줄줄 새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공포영화 같았다. 덕분에 아빠와 나는 집안으로 들어온 물들을 닦아내느라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등을 들어내야 했다. 그러다 발견한 방충망에 난 상처들. 연약해 보이는 나뭇가지들이었는데 간 지 얼마 안 된 방충망에 몇 개의 구멍이 생겼다. 태풍 때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기이한 경험이었다.


# 내렸다 하면 비가 퍼붓듯이 내리곤 한다. 작물에게도, 생명체에게도, 무생물에게도 좋을 게 하나 없는 비일 거라 생각했다. 새들은 어디서 비를 피하려나, 그런 생각을 계속했는데 오늘 우연히 비를 피하는 '매미'를 만났다. 맴맴. 맴맴맴. 지난주부터 울어대던 매미 녀석들. 요 며칠은 아침부터 울어대더니. 비를 피할 땐 울지도 못하고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바짝 쫄아있는 거처럼 보였다. 그래도 매미는 무사히 비를 피했다.


# 오늘의 비가 그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가던 길엔 반가운 손님 '무지개'를 만났다. 길 곳곳엔 사진 찍는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한 아저씨는 "무지개를 보면 행운이 찾아온다던데"라고 말하셨다. 그 소리에 방긋 웃었다. 행운이 찾아오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흐린 날씨 탓에 선명하진 않았지만, 반가울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날이 흐려도 무지개가 뜬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무지개를 보고 있는 우리들 마음에도 무지개가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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