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공사비 올라 건설현장 곳곳에 유치권 빈발
지난해부터 입주자가 잔금을 모두 지불했음에도 시공업체가 이사짐을 집에 들이지 못하게 막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이른 바 재개발ᆞ재건축 현장에서 ‘유치권’을 주장하거나 행사하는 경우다. 갑작스러운 건축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때문인데 시공업자는 이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반면 조합에서는 계약에 따라 공사비를 다 건네는 것이니 입주를 방해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2023년3월에 양천구 ‘신 목동 파라곤’, 은평구 ‘DMC파인시티자이’에서 벌어진 일이며, 2024년4월에 송파구 ‘한양립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밖에도 시공사가 공사를 멈추고 유치권을 행사하기도 했는데,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서초구 ‘방배센트레빌프리제’, 은평구 ‘대조1구역’ 등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유치권이란 무엇인가?
유치권이란 "합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타인 소유의 물건을, 그것과 관련(牽連關係,견련관계)한 채권을 변제 받을 때까지 돌려주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법률적으로는 부동산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대표적 물권이다.(1)
예를 들어, 고장난 스마트폰 수리를 A/S센터에 맡겨 수리가 끝난 후 내가 수리대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가정하자. A/S센터는 내가 대금을 지불할 때까지 스마트폰을 돌려주지 않는다. 이때 A/S센터가 주장하는 권리가 유치권이다.
앞서 소개한 입주를 방해하는 일들은, 아마도 공사업자가 그 건물의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먼저 입주할 경우 대금을 앞으로 언제 받을지 막막한 지경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길을 가다가 멀쩡한 신축건물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표지가 붙은 채 비어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기한이 지나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으니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건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부동산 경매에서도 '유치권 신고'가 되어 있는 물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경우 신축공사에 따른 공사 대금도 있지만, 리모델링 또는 인테리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경매사건에서는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채권 금액이 과장되거나, 심지어 허위 유치권도 종종 있어 입찰자는 주의해야 한다.
유치권은 물건에 붙어 있는 권리
유치권은 관련된 물건을 기초로 형성되기 때문에 원 채무자는 물론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자기의 채권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치권 행사 중인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임차할 때 주의해야 한다. 계약 전에 반드시 유치권자를 만나 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나중에 곤란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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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시리즈 ‘물권과 채권 (대출은 꼭 갚아야 하는데, 내 돈 돌려받기는 쉽지 않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