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트럼프, 오직 미국만 잘 되면 괜찮아
미국의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초 취임한다. 트럼프는 4년 앞서 먼저 집권기는 물론 이번 선거 유세에서도 자국우선주의를 주창해왔다. 이는 구체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물품 수입에 관세장벽을 높이고 자국으로 첨단 또는 전략 제조업을 미국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화에 역행하는 이 같은 정책은 미국의 고용을 늘리겠지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과잉생산을 지속할 것이다. 시진핑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14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믿고 무리한 경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 이외의 제3 국가들에게 디플레이션을 전파(수출)할 것이다. 근년에 우리가 경험한 ‘알리’, ‘테무’, ‘쉬인’ 등의 지나치게 낮은 소비재 판매가격이 그 증거이다. 또한 생산재로는 철강, 기초화학, 배터리, 태양광 패널, LCD 등이 상대국의 해당 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후퇴하는 세계화와 자유무역 체제 붕괴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제3 국가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는데, 트럼프의 등장이 이들 국가를 더욱 힘들게 할 것 같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처지
한국의 입장에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거나 다르게 수입규제 장벽을 칠 수 있겠나? 한국의 수출상대국 1위가 중국으로 19.7%(금액 기준, 2023년)이며, 원자재 또한 중국의존도가 높다. 그러니 중국 제품의 수입규제는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독보적으로 높아서, 산업 생산규모에 비해 내수시장이 좁다. 그러니 미∙중 간의 경제적 디커플링은 한국에게는 수입물가 하락을 초래하고 이에 따른 공급 발 디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의 산업 파괴, 고용 감소로 이어지며 소득도 낮아져 결국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을 부를 것이다. 전통적 수요 진작책인 통화정책은 이를 극복하는 데 쓸모가 없을 것이며 재정정책으로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으로 부동산시장 위축
디플레이션 속에서 산업 생산이 축소되면, 고용 축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져 부동산 구매능력이 위축됨은 물론이다. 그런 속에서도 한국 정부로서는 환율이나 물가를 염려하여 시중에 유동성을 지나치게 공급할 수도 없다.
따라서 다가올 디플레이션은 국내 부동산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생산 감소와 내수 위축이 산업용이나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를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소득 감소가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앞으로 트럼프 때문에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팽배해질 것이며, 정치적으로는 극우주의가 지구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짧게는 트럼프 임기 4년, 어쩌면 그 뒤 상당기간에 걸쳐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나 국제 분업 체제가 크게 후퇴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경제에는 큰 위협이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한국 내가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소비시장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것이며, 수출 부진으로 인한 고용 및 소비 위축이 내수 침체로 이어질 것 같다.
이러한 속에서 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필수 불가결한 부동산은 구매해야 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데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