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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자작 김준식 Apr 12. 2023

미국 상업용부동산 가격 하락이 금융위기를 불러올까?

부동산 시평

얼마 전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C) 등 몇몇 지역은행이 지급불능 사태에 빠진 일이 있었고, 이어서 유럽에서 크레딧스위스, 도이치방크 등 대형 투자은행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멀지 않은 미래에 미국 중소형은행들이 상업용부동산 대출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겪을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로운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2025년까지 약 1.5조달러(약 2,000조원)의 상업용부동산 대출 만기가 돌아오게 되는데, 이 대출이 대부분 지방은행에서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이들이 행한 전체 대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상환기간(duration)은 대체로 3~10년인데 비해 예금은 언제든 인출될 수 있다. 어느 지방은행에서든 예상을 벗어난 예금 인출 요구가 몰리면 SVC 같은 뱅크런(bank run)이 일어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상업용부동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어

상업용부동산의 가격 형성은 그것에서 창출되는 순영업이익을 자본환원률(기회비용)로 나눈 것이라는 기본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장기 국채의 가격을 년간 지급이자를 국채 유통수익률로 나누어 계산하는 구조와 흡사하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상업용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다만 대체로 6개월~2년 정도의 시차가 있을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는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자산시장을 과도하게 팽창시켜 왔다. 주식·채권·주택 가격에 심각한 버블이 생겼고, 상업용부동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몇 년 동안  FED의 유동성 조절 실패로 10년물 국채 유통수익률이 2020년3월 0.67%에서 2023년3월 3.91%로 높아졌다. 이를 따라 자본환원률도 높아진 것이고, 반대로 상업용부동산의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 대출 만기를 맞는 상업용부동산 차입자들은 낮아진 부동산 가격에 맞춰 대출의 상당 부분을 상환하여 차환규모를 줄이거나, 아니면 은행에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자, 이 장면에서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의 촉발 상황(trigger point)가 연상되지 않는가?


상업용부동산 가격 붕괴가 지방은행 몰락 초래할까?

앞으로 상업용부동산 대출의 부실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지방은행의 예금 지급능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에 더해 지급능력을 의심하는 예금주들이 뱅크런을 일으키게 되면 지방은행의 파산으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는 이런 신용경색 사태를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 대환금리 제한 등 무슨 구제조치라도 강구할 것이다. 또한 공화당이 정권을 넘겨 받는다 하더라도 이 사태를 이런 땜질 처방으로 금융위기를 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금융위기를 막더라도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 속으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미국달러의 안정성이 낮아져 국제결제 수단으로서의 신뢰가 추락하자 IMF 등 국제기구들이 대안 통화에 관해 논의를 했던 적이 있다. 이 때 유로, 위안, 엔 등이 후보였고, 제3의 새로운 통화도 논의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때 탈중앙을 표방하는 Bitcoin도 등장하였다.

2022년에 시작된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기능적으로는 왜곡된 경제 상황을 교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중상주의 이후 자본주의 경제는 거품의 형성과 해소를 반복하면서 균형을 잡아오고 있다.

요즘 미국의 국력이나 달러의 위상이 옛날 같지 않다.  사우디와 중국 간 석유대금 위안화 결제, 국제결제망에서 쫓겨난 러시아와 중국·인도 간의 직거래, 남미 경제권의 공동화폐 Sur 창설 구상 등, 이제는 달러만이 지배적 국제결제통화가 아니다. Pax Americana가 저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국내 정치적 동기에 따른 반시장적 조치는 자국 경제의 정상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으로 끌어온 세계 금융질서를 큰 혼란에 빠트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대비하여 취약 부문을 정비함은 물론 나름대로 스스로 버틸 수 있는 내수를 키워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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