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중에 단연 일등이라고 할 수 있는 잔치국수.
시원한 멸치육수 우려 쫄깃하게 삶은 소면 넣어 먹는 맛이 일품.
고명은 따로 만들어도 좋고 육수에 넣어 만들어도 좋다.
귀찮아서 그냥 육수에 넣어 끓이는 게 일반적이다.
얼마 전에 끝난 경이로운 소문을 한 번에 보면서 쭉 당겼던 메뉴도 잔치국수다.
보는 내내 잔치국수가 당겼는데, 추여사표 국수는 고명을 따로 만들어 깔끔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우리 아빠표 잔치국수는 깔끔한 비주얼은 아니지만
육수가 맛있어 종종 생각난다.
보통은 엄마표 음식이 내 추억 속에 절대적인데,
아빠표 음식이 생각나는 건 아빠표 잔치국수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대학교 교직원이셨다.
쉽게 얘기하면 대학교를 지키던 수위 아저씨가 바로 우리 아빠.
아빠가 계시던 대학교에 내가 입학해서 내가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었다.
학교에 가면 아빠를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 아빠를 만나러 갈 때면 007 작전이었다.
(수위는 매달 건물을 바뀌 가며 일했기에 종종 만났다. 물론 아빠가 일하시는 건물로 찾아가도 되지만.)
다른 친구들이 내가 수위실에 들어가는 걸 보지 못하도록 몰래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
아빠의 직업이 부끄러웠던 20대의 나는 그렇게 아빠와 만났다.)
수위실은 아빠의 근무터이자 아빠의 부엌이기도 했다.
직접 간단한 것은 만들어 드시기도 했는데, 그중 단연 일등은 잔치국수였다.
그래서 아빠는 종종 잔치국수를 만들어서 나에게 내어 주시곤 했다.
냉면 사발에 한 그릇 잔뜩 말아주셨던 아빠의 국수는 잊을 수 없는 맛.
장소가 주는 맛이기도 하고 아빠의 정성이 가득해서 그렇지 않을까.
아빠의 잔치국수는 워낙 인기가 좋아서 동료 아저씨들도 먹으러 찾아오실 정도였다.
오늘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었던 대학교 수위실에서 아빠와 함께 먹었던 잔치국수가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다.
(아빠를 뵈러 가면 그때 죄송했다고 고백해봐야겠다.)
잔치국수 레시피,
1. 물에 멸치를 넉넉히 넣고 육수를 낸다.
2. 양파, 당근, 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버섯은 종류에 상관없이 아무거나 오케이, 느타리나 표고가 제일루 맛나다.)
3. 육수가 깊게 우러나면, 2번의 재료를 다 넣는다.
4. 달걀을 풀어서 위에 끼얹어준다.
5. 파와 마늘을 넣고 국간장을 간을 본다.
*소면 삶기는 제품 포장에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
물이 끓을 때 면을 넣고, 중간에 찬물을 조금씩 부어주면 탱글탱글한 면을 만날 수 있다.
면은 삶자마자 찬물에 넣고, 3~4번 찬물로 헹궈준다.
아빠표 잔치국수 레시피는 조만간 여쭙고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위에 레시피는 내가 먹은 기억을 되살려, 우리 아이들에게 선보이는 레시피다.
육수 안에 넣는 재료는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데, 보통은 위의 재료를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