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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Jun 20. 2022

망상

의 한계는 어디인가



지하철을 탔는데 마스크 속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단정한 눈매를 한 수녀님 한 분이 내 대각선 앞쪽에 앉으셨다.

수녀님이나 스님을 간혹 길에서나 대중교통 이용 중 또는 식당 등에서 마주치긴 하지만, 지하철에선 오랜만이라 힐끔 보다가 그녀의 흰색 귀여운 뉴발란스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발과 흰 수녀복에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의 신발.

일반 여성이 신었다면 너무 무난해서 아무 옷에나 잘 어울리지만 결코 눈에 띄지는 않았을 그럴 디자인의

브랜드 운동화는 수녀복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며, 발을 x자로 뒤로 빼며 감추려는 듯한 그의 자세와 함께

오히려 더 그녀를 (내) 눈에 들어오게 하고 있었다.


가만히 보자니 종이가방 안에 신문지로 고이 싼 직사각의 물건을 소중히 가슴에 안고 계신다.

액자 같은 물건일까?

어머니의 영정사진? 혹시 뭐 그런 걸까?

저 귀여운 신발은 왠지 그녀를 키워주다시피 한 나이 차이 많은 큰 언니의 딸, 그러니까 그녀의 보물 같은 첫 조카가  첫 직장에 들어가 받은 첫 월급으로 이모에게 선물로

사드린 그런 것이 아닐까?


그녀는 2호선 충정로역에서 종이가방을 조심스레 든 채 내렸고 나의 망상은 여기에서 끝났다.





망상은 늘 머릿속으로만 하다가

글로 적어보니 생각보다 어렵다.

소개팅한 남자가 조금이라도 맘에 들면

이미 뭐 머릿속으론 손자 손녀 학교 보낼 생각까지 한다든가

내 글마다 연달아 좋아요 누르는 사람이

사실은 출판계 거물이어서 난 이제

대박작가가 된다든가 그런 상상은

일상이다ㅋㅋ

그런데 캐릭터와 스토리를 창조해내는 건

오천 배쯤 더 어렵다.

특히 자전적인 요소가 없는 건.

이런 훈련들을 한 5년 정도 하면

소설 한 편 써내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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