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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Aug 23. 2023

아리어록 2 -오랜만에 쓰는 그녀의 말기록.

아리단장과 팀장님에 쫓기는 아빠

#1.


7:15 AM

출근과 등교를 준비시키는 바쁜 아침.

아침을 다 차려놨고 딸과 둘이 먼저 먹고 있는데 오늘따라 머리하느라 화장대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남편.

(몇 달 전 산 무선고데기를 나보다 더 잘 써먹으며 그 이후로는 파마를 안 하고 있다.. 파마 안 하면 쭉쭉 뻗는 직모를 가지셨음.)


"여보~오~!! 늦겠다! 아침 다 차려놨는데 뭐 해~!! 꽃단장해~??"


'꽃단장'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 건지, 단어 뜻은 알지만 그냥 아빠에게 그 단어를 써먹는 것이 웃긴 것인지 모르겠으나 식빵을 씹어먹던 2학년 초딩딸이 킥킥 웃는다.


"꽃단자~앙~?! 크크킄!"

"왜 웃어? 웃겨? 꽃단장이란 말이 웃겨?"

"엉 ㅋㅋㅋ 왜 꽃단장이야?!"

"음.. 뭐 꽃처럼 예쁘게 단장한다는 뜻이지."

"꽃이란 단어는 안 어울리잖아."

(음... 아빠랑..?ㅋㅋ)


"그래? 그냥 많이 쓰는 말이라 쓴 건데 그냥. 그럼 '무슨'단장이라고 해야 어울릴까?"

"음... 핫케이크단장?"

"엥?! 핫케이크? 왜?"

"음. 맛있고 예쁘니까. 핫케이크단장이라고 하자."


본인이 좋아하는 걸 골라 접두사로 붙이는 게 귀엽다.


"음.. 근데 엄마가 만든 핫케이크는 안 예쁘잖아..ㅋㅋ"

"그건 그래. ㅋㅋㅋ 그럼... 아리단장이라고 하자!"


아리는 본인 이름이다....


"뭐어~?! 아리처럼 예쁘게 단장하니까 아리단자앙~?! ㅋㅋ"

"엉!! (파워당당)"

"그래. 뭐. 우리집에선 그럼 '꽃단장' 대신 '아리단장'이라고 부를까?"

^^


#2.

아이 학교가 멀어서 차로 픽드랍해주고 있다. 셔틀버스를 태우다가 결코 만만치 않은 셔틀비를 아껴보고자 지난겨울부터 하고 있다. 아침에 남편이 먼저 출근하며 집 앞에 버스를 타러 갔고, 우리는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아파트 입구를 벗어나며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 어디까지 갔나 한번 쫓아가볼까~?!"

아침 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교 가는 길에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노래도 듣고 이야기를 한다.


"엉!! 아빠 늦었나?!"

"아니~ 아빠 회사 이제 '지각' 없어졌잖아. 늦게 출근하면 그만큼 더 일하고 늦게 퇴근하면 돼."

"우와...! 좋겠다!"

"그치. 쫓기지 않는 건 좋지."

"쫓겨?! 쫓기면 아빠 딴 데 가서 일해야 돼?!"

"잉??! 누구한테 쫓기는데?"

"팀.. 장님..? 팀장님한테 쫓겨나면 딴 데 가서 일해야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릿속에서 톰과제리처럼 쫓고쫓기는 팀장과 남편, 그러다 결국 사무실에서 쫓겨나는 남편 모습이 그려진다.)


"아니.. 엄마가 '쫓긴다'라고 표현한 건 '시간에 쫓긴다.'란 뜻이야."

"아...!"


머릿속 작은 자갈돌이 깨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뭔가 새로운 걸 이해했을 때 짓는 그 표정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늘도 무해하고 귀여운 아침씬들은 여기서 끝.-







전편인 < 아리어록1 > 보러가기

https://brunch.co.kr/@whitemill2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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