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지만, 독서모임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혼자서 읽고, 혼자서 필사하고, 혼자서 책에 대해 글을 쓰고. 지금까지 이런 루틴으로 책을 읽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독서모임이란 곳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중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하는 독서모임이었어요. 학부모들만 모여 소소하게 책 이야기 하는 모임이요. 책 한 권을 정해 한 달에 한번 학교 도서관에서 만나 책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었습니다.
계속 독서모임에 참여하셨던 분도 계시고, 저처럼 이번이 첫 모임인 분도 계셨어요. 4월의 독서모임이 이번 학년도 새 학기 첫 모임이었습니다. 첫 모임인 만큼 간단히 자기소개부터 시작했어요.
학부모들이 으레 그렇듯. '몇 학년 누구 엄마입니다.'로 자기소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 엄마들이잖아요. 중2병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요. '누구 엄마입니다.'로 소개가 시작하는데, 벌써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서모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사춘기가 심한데, 독서모임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조금이나마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소개의 첫 말을 여는 학부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부모뿐만이 아니라, 모든 엄마들의 중학생 자식이 사춘기가 진행 중이잖아요. 그 사춘기가 심하든, 약하든 상관없이. 아이로 인해 마음이 힘든 엄마들이었습니다. 저 또한 아이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여러 명이 읽으니,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신기했어요. 같은 책으로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 몰랐거든요.
'모두들 진솔하게 말씀을 참 잘하시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잘 못합니다. 성격이 그런가 봐요. 모르는 사람이든, 친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그냥 제 속 이야기를 꺼내본 적이 없어요. 나만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번 독서모임에서는 속 이야기도 담담히 꺼내시면서 책과 함께 느낀 점을 이야기하시는데, 멋있어 보였습니다. 저는 피상적인 이야기 밖에 못하는데, 저와 다르게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시는 분들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습니다.
진솔함. 참 중요한 건데 말이에요. 저는 글을 쓰면서도 저의 모든 것을 내보이길 두려워하면서도 부끄러워합니다.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겉핥기식의 대화와 글은 진솔함을 느낄 수 없잖아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러 학부모의 말을 들어보니,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분의 말씀이 제일 가슴을 울리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이렇게 눈물을 흘릴 줄은 몰랐습니다. 책의 내용과 아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픈 마음을 들을 때 눈물이 나왔고, 책의 내용과 각자의 진솔한 삶을 이야기할 때도 울컥했습니다. 서로 위로해 주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 시간 남짓한 독서모임이 끝났는데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은 참 좋았어요. 책에 대한 여러 관점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도 좋았고요.
그런데, 감정이 발가벗겨진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딱딱한 삶을 살아서 그런가 봐요.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멋있다고 생각되는 한편, 생소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친구가 거의 없는 비사회적인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저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눈물은 흘렸지만, 뭔가 모를 이질감도 함께 느끼고 왔습니다. 이런 이질감이 없어질 때쯤, 저도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고, 진짜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을까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눈물의 첫 독서모임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진솔한 글을 쓸 수 있는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간이었고요.
5월의 독서모임 때는 글만 읽는 독서가 아닌, 내 삶과 함께한 글을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