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라고 들어보셨어요?
2003년도 쯤에 유행하던 단어예요. 책, 텔레비전, 라디오에서 모두 아침형 인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때가 있었습니다. 일찍 일어나야 성공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였어요. 10년이 훨씬 지난 뒤에 '아침형 인간'의 다른 버전이 또 나타났습니다.
'미라클 모닝'은 많이 들어보셨지요. 2016년도에 미국에서 출간된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에 처음 등장한 단어라고 합니다. 요즈음 SNS에서 많이 접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이른 새벽 시간에 운동하거나 책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더라고요. 몇 시 몇 분에 했는지 인증하는 시간과 함께요. 그리고 마음 맞는 몇몇 분들과 함께 '미라클모닝 챌린지'라는 것도 하고요.
'미라클 모닝'도 '아침형 인간'과 비슷한 맥락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 인생이 성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아침잠이 많습니다. 똑같이 하루에 4시간을 잔다고 해도. 새벽 5시에 잠들어서 아침 9시에 일어나는 건 하겠는데. 밤 12시에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하죠. 제가 그래요. 모두들 잠든 밤 시간에 일의 집중력이 확 올라갑니다.
어릴 때도 그랬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고 여기저기서 외칠 때, 저는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미라클 모닝을 외치는 현재에도 새벽에 일어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하루종일 잠만 자는 늦잠꾸러기도 아니고, 실질적인 수면 시간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제가 세상의 루저가 된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침형 인간이 대세였던 2003년도에도. 미라클 모닝이 유행이었던 2016년도에도. 미라클 모닝을 여전히 인증하는 2023년도에도. 저는 항상 세상을 잘못 사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저는 올빼미일 뿐인데, 올빼미는 아침보다 밤이 좋아 밤에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뿐인데 말이에요.
미라클 모닝만 인증하는 사진이 많길래, 미라클 나잇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미라클 나잇은 숙면과 관련된 이야기가 더 많더라고요. 밤에 열심히 생활하자는 미라클 나잇을 외치는 사람은 찾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밤에 잠을 자고 낮에 일 하는 게 당연한 생체리듬인 걸요.
'미라클 모닝'이나 '미라클 나잇'이라는 단어 자체에 깊은 의미를 두지 않아 보려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미라클 모닝'을 보고 조바심 내는 제 마음이 문제일 거예요. 미라클 모닝이든. 미라클 나잇이든. 제 할 일을 하루에 다 하면 충분한데 말이죠. '미라클 모닝'을 하면 일찍 일어나게 돼서 하루가 길어진다고 말씀들 하세요. 저 같은 올빼미는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늦게 자니까 하루는 길고, 아침보다 밤에 집중이 더 잘 됩니다. 내 삶인데 내 생체리듬에 맞게 하루를 잘 살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하루를 꼭 길게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냥 나에게 맞는 하루를 내가 만들면 될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은 긴 하루를, 쉬어야 하는 날은 느긋한 하루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짧은 하루를. 시작을 일찍 하든 늦게하든 상관없이 내 패턴에 맞게 나만의 하루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남이 뭐라 하든 상관없이 내 생활 패턴에 맞춰서 잠을 자고 일어나는 거지요. 일어나는 시간까지 스트레스받을 필요 있겠어요.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게 더 중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