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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흰돌 Nov 22. 2023

쌍둥이 만삭 임산부의 하루

몸은 고되어도 마음만은 편안하다



  20주 차 중반부터 배가 묵직해졌다. 26주에 간 만삭촬영을 끝으로 검진일이 아니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배가 뭉쳤기 때문이었다.


  배 뭉침은 무척이나 불편할뿐더러 조산의 신호이기도 하다. 32주 차에는 꾸준한 간격으로 배뭉침이 있어서 마음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다행히 한 시간 여가 지나자 증상은 잦아들었다.


  매일 끼니는 당뇨식으로 관리한다. 아침은 통밀 또띠아에 달걀, 토마토, 양상추, 햄을 넣은 샌드위치를 먹고 점심에는 배달 당뇨식을 먹는다. 저녁에는 집밥을 먹는데, 짜지 않게 간을 하고 식사 전 채소를 대량 섭취한다.


  매 끼니 양상추나 상추, 오이를 챙겨 먹는 나를 위해 남편은 아침마다 출근 전에 채소를 씻어 반찬 통에 넣어두었다. 그것이 오늘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 셈이었다.


  그 밖에도 몸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커진 배 때문에 불편한 건 기본에, 임신 초기부터 계속되어 온 질염은 결국 출산일까지 지속되었다. 질정제를 매일같이 넣어 상태가 더 악화되는 걸 막을 뿐이었다.


  아기가 점점 커지다 보니 다른 신체 장기가 눌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 역류성 식도염을 달고 살았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둘을 합친 몸무게가 3킬로가 넘어가자 치질도 심해졌다. 퉁퉁 부운 아랫부분에 연고를 꾸준히 발랐지만 차도가 없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임신성 비염도 생겼다. 그로 인해 만성 비염을 달고 사는 친구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비염이란 정말 성가시고,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질병이었다.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빠지기도 했고, 자다가 세 번씩 깨는 건 예사였다.


(c)2023. delight.H(https://www.instagram.com/delight.hee/). All rights reserved.



  물론, 모든 쌍둥이 임산부가 이토록 골골대지는 않을 것이다.


  단태아를 낳은 내 친구들만 보아도, 원래 건강하던 친구는 애 낳기 전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깥나들이를 한 데 비해 나와 비슷하게 허약 체질인 친구는 30주 차에 조금 무리했다가 그날 밤 하혈하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나의 경우는 하나를 품어도 시원찮을 몸뚱이가 둘이나 품고 있으니 더더욱 시원찮을 수밖에.


  아이들의 몸무게가 2킬로를 넘긴 뒤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최종적으로 소망이는 2.64킬로, 희망이는 2.82킬로로 태어났으니 둘의 몸무게만 합쳐도 5킬로를 훌쩍 넘기는 데다가 각각의 양수 무게까지 더하면…… 그걸 뱃속에 넣고 견딜 수 있다는 게 인체의 신비처럼 느껴질 뿐이다.


  이처럼 쌍둥이 만삭 시절은 육체적으로 고된 시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아이들을 곧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기이기도 했다.


  난임 병원 대기실의 '기약 없는' 기다림과 달리 이는 끝이 정해진 기다림이었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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