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출산기
임신 주수 앞자리에 '3'을 달고부터는 모든 일이 힘들어졌다.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행위, 즉 잠을 자고 씻고 밥 먹는 것을 포함한 것들에도 제약이 생겼다. 부른 배를 한 채 침대에 평평하게 누워 있으면 아이들 무게에 짓눌려 자연스레 모로 누워서 자게 되었고 허리를 숙이는 모든 행동들은 포기하게 됐다.
쌍둥이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카페에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했던 사람들이 30주를 기점으로 하나 둘 조산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혹은 '지난주부터 배가 조금 뭉치더니'로 시작되는 출산 후기를 읽으며 나에게도 출산의 시기가 다가왔음을 받아들였다.
40주를 만삭으로 보는 단태아와 달리 쌍생아의 만삭은 37주이다. 산모가 쌍둥이를 최대한 감당할 수 있는 시기와 태아의 폐 성숙 시기를 고려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주수가 37주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임신 초기부터 중기를 거쳐, 말기에 이르기까지 검진을 받을 때마다 좁은 뱃속에서 자리를 바꾸는 신비한 쇼를 보여주었는데, 출산을 2주 앞두고도 양옆이 아닌 위아래 가로로 누워있는 모습을 본 담당 선생님께서는 자연분만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제왕절개 날짜를 잡는 게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하여 남편의 출산 휴가와 개인적인 날짜 선호를 반영하여 우리 아이들의 생일이 될 제왕절개일을 잡았다.
그날은 아이를 품은 지 37주 2일이 되는 날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제일 이른 시간대로 수술을 잡은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갈 채비를 마쳤다.
30주가 넘자마자 미리 싸 둔 출산 가방을 들고 익숙한 임부복을 입은 나는 집을 떠나기 직전 배가 나온 옆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우리 아이들이 뱃속에 있는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은 것이었는데, 출산한 뒤로는 그 모습이 영 이상하게만 보여 아무에게도 보여주지는 않았다.
뭐랄까. 정통 드라마가 아닌, 웃음을 목적으로 한 시트콤에서 장난으로 임산부를 흉내 낸 것만 같달까.
비현실적으로 부푼 배를 보면 누구나 '이거 합성 아니라 진짜야?'라고 물을 것만 같아 슬그머니 감춰버린 사진이다.
하여간 남편의 차를 타고 마지막으로 초음파를 확인했을 때도 진료 이틀 만에 쌍둥이들은 자리를 바꾼 상태였다. 예전이 = 모양으로 나란히 가로로 누웠다면 이제는 대각선으로 누워 있다는 소식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자연분만은 불가능한 자세였기 때문에 나는 제모 및 수술 준비를 마치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대는 차갑고 추웠다. 난생처음 해 보는 수술에 떨고 있을 때 오랫동안 함께해 주신 담당 선생님께서 모습을 나타내셨다.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어요. 잠깐만 쉬고 계세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온몸의 힘이 풀렸고, 그것이 마취 전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회복실로 이동한 뒤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정신은 몽롱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혈압이 갑자기 치솟아 심한 두통이 왔던 것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한 간호사 선생님께서 가까이 다가오셨다. 정신이 드냐고, 몸 상태는 어떠냐는 간호사 선생님께 나는 내 상태를 답하는 대신 이렇게 되물었다.
아이들은 괜찮나요?
드라마에 나온 임신과 출산 이야기는 대부분이 나와 맞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제왕절개 수술을 마치고 정신을 차린 순간 세상 모든 엄마들은 이 질문을 할 것이 자명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