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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Mar 25. 2021

실내 클라이밍 1시간에 요양 3일

이 망할 놈의 저질 체력


“기회 되면 실내 클라이밍 해보고 싶어”


지인들에게 이렇게 자주 말하고 다녔다. 모두 허세였다.


상상 속에서 땀을 흘리며 수직 벽을 타고 올라가 아래를 한 번 내려다 본 다음 안전 줄에 의지해 슝~하고 지상에 내려오는 모습을 그려본다. 내가 즐겨하는 따릉이 타기, 줄넘기와 비교하면 얼마나 스포츠다운 멋진 취미인가!


산에 있는 암벽 클라이밍 보다는 실내 클라이밍이 만만해보인 탓도 있다. 또 실내 클라이밍을 해봤다는 친구들의 말에 질투가 나기도 했다.


실내 클라이밍이 얼마나 탄탄한 팔과 다리, 등 근육을 요하는 운동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실내 클라이밍장을 찾았다.


도착해서부터 나의 로망은 산산히 부서졌다. 생각보다 센터 크기가 작았다. 천장도 기껏해야 3미터 정도 돼 보일 정도로 낮았다. 벽에 박혀있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돌들 덕에 언뜻 어린이들이 가는 놀이카페 같기도 했다.


군대에서 레펠을 하듯 몸에 안전장치를 달고 하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것도 놀라웠다. 맨몸으로 홀더를 잡고 돌과 돌을 이동해야한다니! 그러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했는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연습하는 시간. 가장 낮은 난이도인 ‘흰색’ 스티커를 따라 발과 손을 움직였다.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려면 발 하나를 돌에 걸쳐놓고 몸의 무게 중심과 함께 팔을 뻗어야 했는데, 팔이 돌에 잘 안 닿았다.


몸에 전체적으로 근육이 발달돼있지 않다보니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도 숨이 찼다. 다리는 부들부들거리고 마음 대로 팔은 안 뻗어지고. 계속 중간에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친구들과 함께 한 연습 총 3차례 중 나는 한 번도 성공을 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모두 게임을 통과하고 더 높은 난이도의 벽을 찾아 나섰다.


남들보다 내가 얼마나 운동이 부족했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센터에 5시간을 머물렀는데, 실질적으로 클라이밍을 한 시간은 1시간도 안 되는 것 같다. 강사가 우릴 보고 “계속 지켜봤는데 운동은 안하세요?”라고 했을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수다로 채웠다.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였다. 몸이 굳어버리는 약을 먹고 난 것처럼 온몸이 뻐근했다. 허벅지가 후들 거리고 복근에 자극이 느껴졌다. 두 팔을 움직이려 힘을 주는데도 어쩐지 무거웠다.  


스트레칭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후유증은 무려 3일이나 갔다. 요양을 하듯, 편히 움직이지 못하고 거의 누워서 지냈다. 저질 체력의 말로는 비참했다.


같이 실내 클라이밍을 한 친구는 다음날 바로 등산을 갔다는데, 등산은커녕 운동 하루 했다고 고장 난 것 같은 내 몸에 웃음이 나왔다.


속도도 느리고 힘도 없는 아주 비생산적인 몸뚱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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