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서와, 닭고야는 처음이지?

다이어트의 세계에 입문하기

by 아임유어엠버


1.


“선생님! Stop!”


절박하게 외친 SOS에 계기판의 숫자가 10이 6으로 줄었다.


“횐님(회원님. 헬스 트레이너가 필자를 부르는 표현), 거의 노인 몸 수준인데요?”

헬스 트레이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질 체력임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고작 1분 뛰고는 숨이 찬 몸뚱아리의 주인으로서, 이 정도 굴욕은 감당할 각오를 했으니까.


그래도 한 때는 금이 간 발가락으로 10km 마라톤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지방층 겹겹이 쌓인 배를 지닌 ‘통통이’에 불과하므로.


그 이후 이어진 기본 체력 테스트에서도 내 신체나이는 줄줄이 60대, 70대 판정을 받았다.


내 나이 서른 하나, 이날부터 내 나이로 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난 다이어트에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살을 빼려는 욕구의 대부분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관리는 중요하지만, 남들이 다 하니까 또는 예뻐 보이기 위해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


이번 다이어트 결정은 아주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인스타그램에 지인의 바디프로필이 올라왔는데 멋져 보였다. 배에는 ‘식스팩’이 있었고 태닝한 피부는 탄력 있어 보였다.


순간, 울퉁불퉁 튀어나온 내 허벅지 안쪽 살의 지방 덩어리들이 떠올랐다. 축 늘어져 어디가 허리고 배인지 알아보기 힘든 내 몸.


나이를 잃어버린 내 몸에 한 번쯤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 어디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봐라.



2.


“탄단지, 닭고야로 드세요”


내가 무슨 뜻이지 잘 못 알아듣자 트레이너 쌤은 A4용지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닭고기, 고구마, 야채. 매 끼니를 닭가슴살에 고구마 또는 단호박, 그리고 채소 조합으로 먹으라는 뜻이다.


쌤은 가끔은 쌀밥이 아닌 현미밥으로 해서 나물반찬으로 일반식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관용을 베풀 듯 하는 어투였지만 내겐 ‘도긴개긴’같은 소리였다.


운동을 시작한 첫 주, 백화점에 가서 점심으로 피자 1조각과 함박스테이크를 먹었다. 함께 나오는 샐러드와 계란후라이에 위안 삼으며 나름 탄단지를 잘 지켰다고 자기합리화했다. 닭가슴살이랑 비슷한 거 아니냐면서 치킨도 조금 먹었다.


물론 트레이너 쌤에게 꾸중을 들었다. 쌤은 음식이 ‘깨끗하지 않다’고 했다. 아니, 그럼 내가 먹은 음식이 더럽단 말이야? 끓어오르는 식욕을 주체하지 못해 쌤과의 약속을 어겨놓고도 억울했다.


인스타그램에 닭고야 식단을 검색해보니 꽤 많은 게시물이 나온다. 대부분 쌤이 원하는 것처럼 튀기거나 굽지 않고 ‘깨끗하게’ 먹을 수 있는 한끼였는데 사진을 찍기 위한 식단이 아닐까 싶었다.


초보 ‘헬린이’라서 신심이 부족했다.


3.

나는 매일 저녁 7시 헬스장에 간다.


퇴근을 하자마자 후다닥 헬스장으로 향한다. 헬스장은 지하 2층에 있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고장 나서 계단 기능만 하는 에스컬레이터를 거쳐야 한다.


입구에 도착하면 QR코드를 찍고 체온을 재고, 사물함 열쇠와 수건을 받아든 다음 탈의실로 향한다. 운동 시작 전까지는 간단한 몸풀기를 한다. ‘팔벌려뛰기’ 20번은 필수다.


여기까지 과정이 20~30분 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꽤나 스펙타클한 편이다.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난 이미 지쳐있다. 이걸 앞으로 6개월이나 해야 한다니. 내가 할 수 있을까? 겁이 덜컥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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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가명)]. 노트북에 상사의 이름으로 폴더 하나를 만들었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했던가. 올봄, 퇴사 준비에 돌입했다. 직장생활을 좀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회사를 떠나야 할 타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퇴사 이유가 될 만한 것들을 홍길동 안에 집어넣기로 했다. 우리 상사 홍길동 씨가 내게 보낸 카톡, 홍길동씨 와의 통화기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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