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처음하는 것도 아닌데 막막했다. 발 모양이나 힘주는 정도를 의식했더니 몸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발끝에도 힘을 꽉 주고 달려보세요. 발바닥 전체에 힘을 줘야 근육이 골고루 발달해요”
지난해에 만난 헬스 PT쌤이 러닝머신을 탈 때 해준 조언을 떠올렸다. 쌤 말대로 발끝에도 힘을 줬더니 얼마 안가 경련이 온 듯 뻐근했다. 반대로 힘을 빼고 별 생각 없이 뛰었더니 발등이 바닥에 스쳐 하마터면 고꾸라질뻔 했다.
힘을 너무 줘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예 힘을 빼서도 안 되고. 대체 달리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이 문장에서 ‘달리기’는 ‘직장생활’이나 ‘인생’ ‘사랑’ 따위로 대체해도 성립한다.
직장생활만 놓고 봤을 때 난 장거리 러너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과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체가 100이라면, 70의 에너지를 꾸준히 쓰는 ‘길고 오래가는’ 러너다. 만약 빨리 레이스를 끝내는 선수가 최고의 선수라면, 나는 최악의 선수다.
그러나 세상에는 속도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한 레이스가 많다.
매년 노벨 문학상에 언급되는 작가 서머셋 몸은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며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고 했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것은 험준한 산의 암벽을 기어오르고, 길고 격렬한 격투 끝에 정상에 오르는 작업이다. 자신에게 이기든지 아니면 지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길고 격렬한 전투에 한 번 뛰어들어보자.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하자.
3.1절 페이백 마라톤에 도전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3월 한 달 동안 19회 이상 미션 거리를 달리고 인증하면 되는 대회다. 31일 중에 19회,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일수를 채우려면 이틀에 한번 정도는 달려야 한다.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엄두도 못낼 도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첫 도전 날 8km를 뛴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2분. 1만 6243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