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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Oct 26. 2022

"안녕하세요, 3개월 차 런린이입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허억...허억...”     


9킬로미터임을 알리는 팻말을 지나자마자 또 다시 쉬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오른다. 숨이 가쁜 건 물론이고 벌겋게 부풀어오른 심장이 금방에라도 폭발해버릴 것 같다.      


‘딱 50미터만 더 뛰고 걸어서 가자’     


내 안의 악마가 보내는 달콤한 유혹에 귀가 쫑긋해진다. 걸음을 멈추려는 바로 그 순간, 어디에선가 희미한 외침이 들려온다.     


“화이팅! 다 왔어요”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한 응원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내 심장에 스며들어 가장 빠른 진정제가 된다.       


“화이팅!”     


나만큼이나 힘들 누군가를 위해 소리쳤다. 다시 숨을 고르고 꺼져가는 몸의 엔진을 가동시킨다. 마지막 남은 1킬로미터, 멈추고 싶지만 포기는 없다. 대신 팔을 뒤로 힘차게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2022년 10월 23일 열린 춘천마라톤에서 전광판 기록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3년 만에 열린 가을의 전설 춘천 마라톤.  이 대회에서 나는 10킬로미터를 1시간 7분에 완주했다. 다르게 말하면 1킬로미터를 6분 40초대에 달린 셈이다. 평소 5km를 달리던 속도로 그 두 배 거리를 뛰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나는 3개월 차 런린이(러닝+어린이)다. 지난 광복절, 나라의 해방을 위해 싸운 분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8.15킬로미터 달리기(이하 러닝)에 참여한 게 처음이었다.


함께 달리는 분들에 비해 많이 뒤처졌고, 일행과 멀어져 혼자 달렸다. 회원 한 명이 급히 대여해준 따릉이를 타고 도착점에 이르렀을 정도로 체력이 형편없었다. 나를 기다려준 이들에게 민폐가 된 것 같아 그들을 편히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하이파이브를 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처음 뛸 땐 힘들어해요. 같이 뛰면 실력 금세 느니까 꾸준히 나오세요”     


저질체력을 다독이는 위로의 한마디에 나는 동네 러닝 커뮤니티 회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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